"혜택은 받으면서 개혁은 거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무역 관행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앞서 중국과 무역갈등을 해소하는 화해 무드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거듭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약 5분에 걸쳐 세계 2대 경제 강국의 개발도상국 지위와 불공정 무역 관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면서 "다른 나라를 약탈해왔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됐을 때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법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틀렸다"며 "최근 (미국 D램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데 중국이 83억 원 어치의 기술 침해를 했고, 마이크론은 중국 내에서 자기 상품을 팔 수 없게 금지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6만 개의 공장을 잃었다"며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이 자신을 개발도상국으로 신고하는 것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 "약속한 개혁은 거부했을 뿐 아니라 거대한 시장장벽, 많은 국가 보조금, 환율 조작, 상품가격 덤핑, 강제 기술이전과 대규모의 지식재산권과 영업기밀 절도에 의존하는 경제모델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가입을 허용한 WTO에 대해 "개혁돼야 한다"며 "세계 2위 경제대국(중국)이 개발도상국 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두 나라(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협정을 원하지만 미국에 나쁜 협정은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도 '종교의 자유 보호' 행사를 통해 중국 내 종교 박해를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유대인과 기독교인,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등이 단순히 깊은 신앙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자신들 정부의 손에 투옥되고 고문받고 살해당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렵다"고 말했고, 함께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중국 공산당이 기독교 목사들을 체포하고, 성경 판매를 금지하며, 교회를 부수고 수백만 위구르 인들과 이슬람교도를 시설에 투옥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일주인 전까지 중국과 무역갈등을 해소하고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이 2020년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리란 관측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은 합의가 필요한 나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도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사기 시작했다"며 " 2020년 대선 전까지 미중이 무역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10월 1일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라며 중국산 2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올리기로 한 것을 10월 15일까지 연기했다.

중국이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장관급 무역회담에 앞서 차관급 실무협상단을 파견, 실무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해 강공 메시지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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