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주재하는 뉴욕타임스 특파원이 현지에서 체포될 위기에 몰렸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를 방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23일(현지시간) 본지 칼럼을 통해 지난 2017년말 이집트 특파원에게 발생한 사건을 뒤늦게 공개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로부터 카이로 지국장 데클란 월시가 현지 당국에 체포될지 모른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으면서 놀라운 말을 함께 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측이 "(뉴욕타임스측에 흘러가지 못하도록) 정보를 뭉개면서 체포가 이뤄지도록 할 의도"이며 제보에 따른 처벌도 걱정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었다.

월시 지국장이 궁지에 몰린 것은 2017년초 이집트 정부의 인권 단체 탄압과 반정부 인사의 추방,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지연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송고한 때문으로 보인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경고를 받자 월시 지국장의 모국인 아일랜드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카이로 주재 아일랜드 대사관이 곧바로 움직여 그를 자택에서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소개했다.

이집트서 NYT 기자 체포 위기인데…"트럼프 정부는 수수방관"
설즈버거 발행인은 칼럼에서 캄보디아 총리의 언론 협박, 차드의 소셜 미디어 차단, 이집트의 특파원 체포 시도 등의 여러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런 야만적 탄압은 아마도 미국 대통령이 은연중에 부추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 현 대통령을 과거에 농담조로 "선호하는 독재자"라고 부른 적이 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의 객원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이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도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가짜뉴스"라는 말을 사용한 탓으로 최근에는 50여개국 정부 지도자들의 입에서 유사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앞서 브라운 대학 강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의 자유를 지켜주려 하지 않는 또다른 사례를 거론했다.

카이로 지국장을 거친 자사의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런던 특파원이 올해 2월 카이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수시간 동안 구금됐다가 런던으로 되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집트 군부를 비판하는 저서를 낸 바 있다.

설즈버거 발행인에 따르면 현지의 미국 대사관측은 이를 우려하고 있고 이집트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답했으나 나중에 한 선임 공관원은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봤느냐. 그의 보도가 이집트 정부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힐난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