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도 간접투자(펀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세상이 '제로 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예고하자 은행이자보다 배당수익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공모형 부동산 리츠(REITs)에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국형 금융자본주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방향타를 틀어 쥔 것이다. 리츠 투자의 비밀을 엿본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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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안전 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 리츠와 비교하면 국내 리츠의 성장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중대형 리츠의 증시 입성과 몸집 불리기(유상증자) 그리고 본격적인 정부의 세제혜택 등 다각적인 활성화 방안을 보면 국내 리츠의 대중화는 이미 시작됐다.

리츠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대비 리츠 비중은 각각 3.1%와 2.6%다. 한국은 0.04%에 불과하다. 국내 리츠의 미래 성장이 그려지는 지금이다.

◆ 리츠, 1960년대 미국 첫 도입 후 빠르게 확산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리츠는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 후 2000년대 들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부동산 유동화 및 증권화를 위해 빠르게 확산됐다.

1994년 5개 국가에서만 시행됐으나 2018년 말 기준 37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세계 상장 리츠의 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약 2400조원), 900여개의 종목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공모 리츠가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 과세를 이연시켜주는 내용의 업리츠 제도를 통해 상장 리츠 시장의 성장을 촉진했다. 미국의 상장 리츠는 247개로 전체 시가총액은 1조3000억달러, 이 중 시가총액 100억달러가 넘는 리츠는 31개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2001년 리츠가 도입된 이후 일본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0년부터 일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매수로 부양 효과를 입은 일본 리츠의 시가총액은 1300억달러, 싱가포르 리츠는 600억달러 규모다.

일본 리츠는 세전이익의 90% 이상을 결산 시마다 투자자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고배당으로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끌었다.

싱가포르 리츠도 투자자 친화적인 요소가 많다. 싱가포르는 신뢰도 높은 핵심 투자자(앵커)가 참여하는 앵커리츠가 주를 이루고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크다. 지난해에는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활성화를 위해 적용 세금 17%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즘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아시아 사무용 건물(오피스) 시장의 호황으로 아시아 리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 일대 오피스 공실률이 1%대로 수익이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 오피스의 공실률도 8%대로 비교적 낮게 유지 중이다.

이들 국가의 리츠 시장은 장기간 정부 지원과 제도 개편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만큼 개별 리츠의 규모도 크고 시장 데이터도 공신력이 높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를 리츠 투자 적국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주요 리츠 가운데 산업용과 오피스를 섞은 혼합형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진=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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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비상장 리츠가 96%…주요국 상장은 90%

국내 리츠는 현재 229개, 약 44조원 수준의 자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 리츠는 5개로 시가총액이 약 8500억원에 불과하다. 비상장 리츠가 전체의 약 96%를 차지하고 있다.

주변국인 일본, 싱가포르와 비슷한 2001년에 리츠가 도입됐지만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비상장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리츠 환경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모 및 상장을 전제로 리츠에 차별적인 세제혜택 부여하고 있다. 이 덕에 주요 도입국의 상장 리츠 비율은 90%를 웃돈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리츠를 도입했다. 기업구조조정리츠를 위주로 운용됐고, 대기업과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 형태로 시장이 발달했다. 그 만큼 리츠의 대중화는 더뎠다.

해외의 경우 리츠와 부동산펀드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한국에서는 리츠가 사모 형태로 운용되면서 부동산펀드와 동일한 기관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고 비슷한 성격의 자산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상장 리츠가 발달된 선진국 대비 국내 리츠의 세제 혜택이 크지 않고 설립 인가 및 상장 조건 등이 까다로운 것도 발목을 잡았다.

김형근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사모에 관계없이 기업구조조정(CR) 리츠와 위탁관리(EM)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가 면제되지만, 자산운용전문인력을 직접 보유하는 자기관리(IM) 리츠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이 없다"고 했다.

리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대형 리츠가 필요하다고 봤다. 리츠가 대중화된 일본의 경우 초기부터 대형리츠가 많았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유상증자를 통해서 리츠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아울러 정부가 리츠 간 합병을 장려하면서 리츠 대형화가 촉진된 부분도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리츠가 대형화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수단으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며 "더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대상으로 매력도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상장리츠들은 설립 초기인만큼 임대료 상승 전망에 따라 배당금 증가여력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 예정인 리츠들 대부분은 목표 배당수익률을 6%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4%대인 일본과 미국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은 수준이다.

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낮아 국고채 금리 대비 국내 상장리츠의 배당수익률 차이는 4%포인트로 미국과 싱가포르의 2%포인트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리츠는 대기업 계열 자산운용회사(AMC)를 통한 위탁관리 리츠 위주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국내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2~3%로 성장할 것이며 자본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동반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