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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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전에 PC를 반출한 것을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법조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 교수에 대한 유 이사장의 옹호성 발언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는 지적에서다.

유 이사장은 지난 24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 방송에서 “(정 교수가)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장난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며 “그래야 나중에 검찰이 엉뚱한 것을 하면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공소장을 낼 당시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고,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급하게 냈다면 (공소장에 대한) ‘공문서 허위작성죄’”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유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 ‘무지몽매한 얘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컴퓨터 압수수색은 본체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파일을 복사해 가져간다”며 “이때 원본과 복사본 데이터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해시값’ 확인 작업을 반드시 거친다”고 말했다. 해시값이란 파일의 생성시점, 용량 등 고유 속성을 기초로 부여되는 수치로, 디지털 파일을 한 글자라도 고치면 해시값이 달라진다. 문서의 위조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디지털 지문’으로 불린다.

검찰 관계자도 “압수수색 현장에서 복사본을 만들면서 원본을 소위 ‘얼려버리기’ 때문에 증거보존용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검사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증거의 해시값과 원본의 해시값이 일치하지 않은다면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공소장 변경이 공문서 허위작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 이사장의 주장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변호사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공소사실을 추가하거나 죄명, 적용법률을 바꾸는 식으로의 공소장 변경은 통상적인 일”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공소장 변경 모두 공문서 허위작성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소장도 지난해 검찰 측 요청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한 내용이 추가되는 등 변경된 바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그분(유 이사장)은 법조인도 아니고, 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지몽매한 말을 한 것”이라며 “정치공세일 뿐이지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