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급등은 ‘베르테르 효과’ 때문?…경제적 문제 더 클 가능성 높아
지난 24일 복건복지부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2018년 자살자수 통계에 대해 ‘베르테르 효과’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통계청은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하면서 자살에 의한 사망자가 1만3670명으로 전년 대비 9.7%(1207명) 늘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을 받아 자살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현상이다. 이같은 설명에 대해 당장 온라인에선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자살자 급증을 유명인 자살 영향으로 몰아간다”는 댓글이 빗발쳤다.

자살자를 비롯한 사망자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분석하는 중앙심리센터는 평균 3.8개의 원인이 결합돼 자살을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은 보통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원인으로 자살을 선택하는데, 이게 4개 가까이 될 때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다른 원인은 이야기하지 않고 베르테르 효과만을 언급했다. 정말 그 정도로 영향이 컸을까.

지난해 자살자는 3월에 정점을 찍고 떨어졌다. 3월에 자살한 유명인은 배우 조모씨다. 연초 몰아친 ‘미투(성폭력 폭로) 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돼 마음 고생을 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베르테르 효과는 대중의 선망을 받던 이가 자살을 할 경우 동반자살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복지부의 설명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작년 7월에는 정치인 노모씨가 자살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던 정치인인만큼 베르테르 효과에 부합한다. 하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선 정치인의 베르테르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자가 많았던 2009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영향을 받은 이들보다 경제적 문제로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복지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르테르 효과 이상으로 중요해 보이는 다른 원인이 있다. 경제적 사정이다. 당장 발표 이틀 전인 22일 복지부가 내놓은 ‘5개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가 있다. 2013~2017년 서울시에서 발견된 자살 사망자 9905명을 분석한 결과다.

여기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자살자는 10만명당 38.2명으로 고소득층(14.8명)의 2.6배에 달했다. 단순히 수입이 적은 것이 아니라 과거보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하위 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면 10만명 당 58.3명, 중위그룹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면 34.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복지부 스스로 “소득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밝혔다”고 평가했던 보고서다.

불과 이틀 전에 내놓은 보고서를 복지부 공무원들은 모르고 2018년 자살자 증가 원인에 대한 브리핑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24일 브리핑에서도 복지부 측은 자살자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도록 포용적 복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원인에는 없던 자살의 경제적 문제가 대책에선 언급됐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자 증감과 가장 유의미하게 동행하는 지표는 상위 10%와 하위 10%간 소득격차”라며 “악화되는 소득분배 상황도 자살자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말 123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7.7%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 간 소득 격차는 5.47배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베르테르 효과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