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물러날 위기에 몰렸다. 영국 대법원이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을 무효화하자 야당을 주축으로 각계에서 존슨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24일(현지시간) 연례 전당대회에서 “존슨 총리가 의회를 폐쇄한 것은 잘못이고, 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결론났다”며 “존슨 총리는 즉각 사임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존슨 총리가 자진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영상 성명을 냈다. 지난 23일엔 존슨 총리가 런던 시장 시절 모델 출신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에게 총 12만6000파운드(약 1억8700만원) 규모의 공금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대법원은 이날 의회를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장기 정회시킨 존슨 총리의 조치가 불법이자 무효라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영국 하원도 25일 긴급 의회를 열기로 했다. 유엔 정기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물던 존슨 총리는 이날 급히 런던으로 돌아갔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당장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즉각 사임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게 외신들의 중론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존슨 총리와 각을 세워온 하원에 주도권을 실어줬다”며 “존슨 총리의 앞날이 험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존슨 총리가 실패한 ‘정회 전략’을 제안한 보좌관 등을 해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기존대로 다음달 31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속 밀어붙일 모양새다. 텔레그래프는 존슨 총리가 26일 의회에서 또다시 조기 총선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서다. 존슨 총리는 앞서 5일과 9일 두 차례 조기 총선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