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지정제 앞둔 기업감사, 4대 회계법인이 절반넘게 '독식'

CXO연구소 분석, 1천대 상장사중 552개사…삼성전자 등 200개사 감사인 바꿔야

지난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이 1천대 상장사의 외부 감사를 절반 넘게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천 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외부 감사를 시행한 회계법인을 분석한 결과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4개 회계법인의 '독식' 현상이 파악됐다.

삼일회계법인은 1천 대 상장사(금융업 제외) 중 174곳에서 외부 감사를 진행해 가장 많은 상장사를 감사했다.

이어 삼정회계법인은 158곳, 한영회계법인은 155곳, 안진회계법인은 65곳으로 각각 2∼4위를 기록했다.

이들 4대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를 진행한 기업은 총 552곳으로 1천 대 상장사의 55%에 달했다.

매출 5천억원 이상 대기업 267곳으로 범위를 좁히면,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이 각각 68곳씩 외부 감사를 맡아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삼성전자, 회계법인은 기아자동차, 삼정회계법인이 SK하이닉스, 안진회계법인은 대한항공 등 각각 굵직한 대기업의 외부 감사를 맡아 수행했다.

다만 올해 11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계법인 '싹쓸이'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연구소 전망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외부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특정 감사인을 6년간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40년간 삼일회계법인 한 곳에 외부감사를 맡겨왔는데, 이번 제도 시행으로 외부감사 회계법인이 다른 곳으로 바뀔 예정이다.

삼성전자처럼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바꿔야 하는 곳은 200곳이 넘는다.

오일선 소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으로 감사의 독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한편 국내 회계법인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특히 중견 회계법인들이 외형을 확장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려는 노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