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노후 은퇴자금 위협하는 '책임지는 자본주의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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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그램 전 미 상원 금융위원장
마이크 솔론 US폴리시메트릭스 이사
워런 美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기업 이익 주주들에 배분 제한
은퇴자들이 평생 쌓은 노후자금
빠르게 소진돼 혼란 야기
마이크 솔론 US폴리시메트릭스 이사
워런 美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기업 이익 주주들에 배분 제한
은퇴자들이 평생 쌓은 노후자금
빠르게 소진돼 혼란 야기
누가 미국의 막대한 부(富)를 소유하고 있을까? 바로 중장년층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55세 이상 인구가 이끄는 가구가 미국 주식 가치의 73%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전체 부도 동일한 비율로 갖고 있다. 35~44세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28만8700달러로, 65~74세 가구 평균 106만6000달러의 3분의 1도 안 된다.
사회주의자들이 이 상황을 잘못된 불평등이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같은 부의 격차는 일과 절약이 시작되는 시기와 마무리되는 시기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쉽게 말하면 평생 저축과 투자를 통해 부를 쌓은 은퇴 세대를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회 초년생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워런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책임지는 자본주의 법안(Accountable Capitalism Act)’은 이런 현실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이 법은 연간 매출이 1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지키도록 의무화한다. 첫째, 이들 기업의 이사회는 노동자와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가 이사의 40%를 선출한다. 셋째, 정치자금 기부와 같은 정치 지출 결정을 하려면 이사와 주주의 4분의 3이 동의해야 한다. 넷째, 경영진과 이사는 스톡옵션 등을 통해 회사로부터 주식을 받을 경우 5년 안에 매각할 수 없다. 자사주 매입 후 3년 안에 매각도 불가능하다.
‘은퇴자 때리기’에 나선 이 법은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현재 퇴직자들이 누리고 있는 법적 보호장치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은퇴 자금은 일을 하지 않는, 그래서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이 여생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까먹지 않고 안정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워런 의원의 이 법은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가진 기업의 헌장(정관)을 다시 작성함으로써 주주(은퇴자)에게 갈 혜택을 제한한다. 현재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주 외 근로자, 지역사회 등 공동체, 환경 등에 벌어들인 돈을 쓰게 될 것이다.
주주에게 거의 독점적으로 봉사해야 할 기업 의무를 없애고, 정치적 목적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는 일에 이익을 쓰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 역사상 이렇게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큰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워런 의원의 제안은 미국 은퇴자들의 부를 급습하는 것이다. 은퇴했거나 할 사람들에게 가야 할 재원을 다른 일에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해당 기업 이사 중 5분의 2 이상을 근로자가 선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가 아닌 다른 부분에 공유하라고 말한다. 이런 식이라면 은퇴자 등 주주 재산은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미국 기업은 갑자기 비영리 단체처럼 운영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기업의 이익은 엉뚱한 여러 곳에 쓰일 것이고, 남은 부스러기를 은퇴자가 받아야 할 판이다.
워런 의원이 주창하는 ‘사회주의 천국’은 노동자가 거둬들인 과실을 엉뚱한 곳으로 가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계속해서 땀과 희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이런 사회주의적 발상은 모든 미국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파괴하고, 그들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린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은퇴자는 그들의 주식을 내다팔고,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도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똑같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큰 혼란과 함께 헐값에 주식을 처분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생 동안 착실히 쌓아온 투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워런 의원의 제안은 은퇴자와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나머지 미국 근로자와 기업, 미국, 더 나아가 해외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워런 의원은 우리에게 사유 재산과 경제적 자유를 주었던 경제 계몽주의를 밀어내고, 우리를 암흑시대의 공동체 세계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과거 마을, 길드, 교회, 왕권이 앞세웠던 특별한 이익처럼 이 법안은 노동과 절약을 갈취하는 데 악용될 것이다. 자본이 더 이상 사유 재산으로 보호되지 않고 대신 공동 자산으로 재정의될 때 번영과 자유는 사라진다. 사회주의는 항상 부를 파괴시켜 왔다. 그것은 재분배하지도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 위대한 진리는 언제나 틀리지 않았다.
워런 의원 제안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단순히 노후 저축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이룬 경제 시스템을 보존하고, 나아가 생존을 확보하는 차원이 될 것이다. 과연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리의 의지가 이제 시험대에 들어섰다.
원제=Warren’s Assault on Retiree Wealth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사회주의자들이 이 상황을 잘못된 불평등이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같은 부의 격차는 일과 절약이 시작되는 시기와 마무리되는 시기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쉽게 말하면 평생 저축과 투자를 통해 부를 쌓은 은퇴 세대를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회 초년생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워런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책임지는 자본주의 법안(Accountable Capitalism Act)’은 이런 현실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이 법은 연간 매출이 1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지키도록 의무화한다. 첫째, 이들 기업의 이사회는 노동자와 지역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가 이사의 40%를 선출한다. 셋째, 정치자금 기부와 같은 정치 지출 결정을 하려면 이사와 주주의 4분의 3이 동의해야 한다. 넷째, 경영진과 이사는 스톡옵션 등을 통해 회사로부터 주식을 받을 경우 5년 안에 매각할 수 없다. 자사주 매입 후 3년 안에 매각도 불가능하다.
‘은퇴자 때리기’에 나선 이 법은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현재 퇴직자들이 누리고 있는 법적 보호장치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은퇴 자금은 일을 하지 않는, 그래서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이 여생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까먹지 않고 안정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워런 의원의 이 법은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가진 기업의 헌장(정관)을 다시 작성함으로써 주주(은퇴자)에게 갈 혜택을 제한한다. 현재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주 외 근로자, 지역사회 등 공동체, 환경 등에 벌어들인 돈을 쓰게 될 것이다.
주주에게 거의 독점적으로 봉사해야 할 기업 의무를 없애고, 정치적 목적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는 일에 이익을 쓰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 역사상 이렇게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큰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워런 의원의 제안은 미국 은퇴자들의 부를 급습하는 것이다. 은퇴했거나 할 사람들에게 가야 할 재원을 다른 일에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해당 기업 이사 중 5분의 2 이상을 근로자가 선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가 아닌 다른 부분에 공유하라고 말한다. 이런 식이라면 은퇴자 등 주주 재산은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미국 기업은 갑자기 비영리 단체처럼 운영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기업의 이익은 엉뚱한 여러 곳에 쓰일 것이고, 남은 부스러기를 은퇴자가 받아야 할 판이다.
워런 의원이 주창하는 ‘사회주의 천국’은 노동자가 거둬들인 과실을 엉뚱한 곳으로 가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계속해서 땀과 희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이런 사회주의적 발상은 모든 미국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파괴하고, 그들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린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은퇴자는 그들의 주식을 내다팔고,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도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똑같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큰 혼란과 함께 헐값에 주식을 처분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생 동안 착실히 쌓아온 투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워런 의원의 제안은 은퇴자와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나머지 미국 근로자와 기업, 미국, 더 나아가 해외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워런 의원은 우리에게 사유 재산과 경제적 자유를 주었던 경제 계몽주의를 밀어내고, 우리를 암흑시대의 공동체 세계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과거 마을, 길드, 교회, 왕권이 앞세웠던 특별한 이익처럼 이 법안은 노동과 절약을 갈취하는 데 악용될 것이다. 자본이 더 이상 사유 재산으로 보호되지 않고 대신 공동 자산으로 재정의될 때 번영과 자유는 사라진다. 사회주의는 항상 부를 파괴시켜 왔다. 그것은 재분배하지도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 위대한 진리는 언제나 틀리지 않았다.
워런 의원 제안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단순히 노후 저축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이룬 경제 시스템을 보존하고, 나아가 생존을 확보하는 차원이 될 것이다. 과연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리의 의지가 이제 시험대에 들어섰다.
원제=Warren’s Assault on Retiree Wealth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