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욕…'패피 신발' 비싸다고?…'가성비' 패스트슈즈로 전세계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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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벤사던 알도 그룹 CEO
빠르게, 트렌디하게
대를 잇는 패션 기업
100여개국에 '알도 제국'
빠르게, 트렌디하게
대를 잇는 패션 기업
100여개국에 '알도 제국'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번화가와 유명 백화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알도(ALDO)’는 캐나다 신발 브랜드다. 여성용 샌들, 부츠, 구두는 물론 남성용 신발, 가방,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알도는 고급 패션 제품을 파는 부티크처럼 보이지만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최신 유행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자라’ ‘H&M’ 등보다 훨씬 앞서 패스트패션을 구축한 브랜드로 꼽힌다.
데이비드 벤사던 알도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자인 아버지 알도 벤사던의 뒤를 이어 2017년부터 알도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47년 동안 알도가 구축해온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 전 세계 100여 개국, 3000여 개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2대 걸친 가족기업
알도는 1972년 모로코 출신 알도 벤사던이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에서 세운 기업이다. 그는 모로코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왔다. 벤사던은 캐나다 맥길대를 졸업한 후 옐로슈즈라는 작은 신발 가게에서 일하다가 신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어려서부터 구두를 수선하던 할아버지와 신발을 팔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에겐 신발이 익숙했다.
알도를 설립하고 처음 팔았던 신발은 앞이 막혀 있고 뒤는 뚫려있는 이탈리아의 클로그였다. 벤사던은 이 신발을 유통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따로 배웠다. 캐나다에서 이탈리아의 최신 유행 스타일 신발을 출시하면서 대박이 났다. 알도는 이를 시작으로 가장 트렌디한 신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를 키워갔다.
2017년 알도그룹의 CEO에 오른 데이비드는 알도 벤사던의 첫째 아들이다. 데이비드는 캐나다 퀸스대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CEO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알도에서 20여년간 여러 부서를 거쳤다. 2009년 부사장에 임명돼 큰 패션 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입지를 넓힌 것은 그의 공으로 꼽힌다.
좋은 디자이너 골라 기회 제공
알도가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 신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디자이너 선발과 양성 과정에 있다. 알도는 2004년 몬트리올에 알도캠퍼스를 세워 디자이너들이 일하게 하고 있다. 알도의 디자이너들은 매년 파리 뉴욕 런던 밀라노 도쿄 등 주요 도시의 패션쇼와 스트리트 패션을 살피고, 트렌드를 찾아 이를 상품에 반영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찾은 수천 개의 디자인 샘플을 다른 디자이너들과 경영진이 함께 고른다. 이렇게 고른 디자인이 제품으로 생산돼 매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석 달밖에 걸리지 않는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고, 신흥 디자이너를 발굴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신발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CEO는 “훌륭한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그가 작업을 마무리 짓게 놔두면 된다”고 설명한다.
알도는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알도 외 브랜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알도보다 가격이 낮으면서도 더 자유로운 디자인의 ‘콜잇스프링’이나 실용성을 더 강조한 ‘글로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더 낮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클래식부터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신발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세분화된 브랜드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도록 하고 있다.
해외 진출 땐 현지화
알도는 캐나다 패션기업이 미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전 세계로 퍼진 드문 사례다. 이 같은 성공은 알도가 처음부터 지역화를 추구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0년대 미국에 처음 매장을 열 때 대도시가 아닌 뉴욕주의 플래츠버그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캐나다 퀘벡주의 생로랑 본사와 차로 1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물류와 마케팅 테스트를 했다. 이곳에서 유행에 민감한 도시 여성들을 대상으로 취향을 파악하고 마케팅을 진행한 후 매장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새 시장에 진출할 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매장을 꾸미고 고객 서비스와 제품 진열 방식을 개발한 지역화 전략은 잘 먹혀 들었다. 그러면서도 현대적이고 젊은 느낌의 디자인은 잃지 않았다.
알도는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후 1994년 이스라엘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2002년 영국, 2003년 싱가포르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와 닐스트리트 등에 진출하면서 알도의 브랜드는 패션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03년 싱가포르 진출은 아시아 시장에 들어가는 발판이 됐다. 2011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 강남 이태원 신사동 여의도 등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데이비드 벤사던 알도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자인 아버지 알도 벤사던의 뒤를 이어 2017년부터 알도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47년 동안 알도가 구축해온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 전 세계 100여 개국, 3000여 개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2대 걸친 가족기업
알도는 1972년 모로코 출신 알도 벤사던이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에서 세운 기업이다. 그는 모로코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왔다. 벤사던은 캐나다 맥길대를 졸업한 후 옐로슈즈라는 작은 신발 가게에서 일하다가 신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어려서부터 구두를 수선하던 할아버지와 신발을 팔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에겐 신발이 익숙했다.
알도를 설립하고 처음 팔았던 신발은 앞이 막혀 있고 뒤는 뚫려있는 이탈리아의 클로그였다. 벤사던은 이 신발을 유통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따로 배웠다. 캐나다에서 이탈리아의 최신 유행 스타일 신발을 출시하면서 대박이 났다. 알도는 이를 시작으로 가장 트렌디한 신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를 키워갔다.
2017년 알도그룹의 CEO에 오른 데이비드는 알도 벤사던의 첫째 아들이다. 데이비드는 캐나다 퀸스대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CEO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알도에서 20여년간 여러 부서를 거쳤다. 2009년 부사장에 임명돼 큰 패션 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입지를 넓힌 것은 그의 공으로 꼽힌다.
좋은 디자이너 골라 기회 제공
알도가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 신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디자이너 선발과 양성 과정에 있다. 알도는 2004년 몬트리올에 알도캠퍼스를 세워 디자이너들이 일하게 하고 있다. 알도의 디자이너들은 매년 파리 뉴욕 런던 밀라노 도쿄 등 주요 도시의 패션쇼와 스트리트 패션을 살피고, 트렌드를 찾아 이를 상품에 반영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찾은 수천 개의 디자인 샘플을 다른 디자이너들과 경영진이 함께 고른다. 이렇게 고른 디자인이 제품으로 생산돼 매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석 달밖에 걸리지 않는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고, 신흥 디자이너를 발굴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신발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CEO는 “훌륭한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그가 작업을 마무리 짓게 놔두면 된다”고 설명한다.
알도는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알도 외 브랜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알도보다 가격이 낮으면서도 더 자유로운 디자인의 ‘콜잇스프링’이나 실용성을 더 강조한 ‘글로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더 낮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클래식부터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신발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세분화된 브랜드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도록 하고 있다.
해외 진출 땐 현지화
알도는 캐나다 패션기업이 미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전 세계로 퍼진 드문 사례다. 이 같은 성공은 알도가 처음부터 지역화를 추구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0년대 미국에 처음 매장을 열 때 대도시가 아닌 뉴욕주의 플래츠버그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캐나다 퀘벡주의 생로랑 본사와 차로 1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물류와 마케팅 테스트를 했다. 이곳에서 유행에 민감한 도시 여성들을 대상으로 취향을 파악하고 마케팅을 진행한 후 매장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새 시장에 진출할 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매장을 꾸미고 고객 서비스와 제품 진열 방식을 개발한 지역화 전략은 잘 먹혀 들었다. 그러면서도 현대적이고 젊은 느낌의 디자인은 잃지 않았다.
알도는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후 1994년 이스라엘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2002년 영국, 2003년 싱가포르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와 닐스트리트 등에 진출하면서 알도의 브랜드는 패션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03년 싱가포르 진출은 아시아 시장에 들어가는 발판이 됐다. 2011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 강남 이태원 신사동 여의도 등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