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은행이다. 총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78%로 시중은행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자금의 조달 구성도 시중은행과 달리 중금채 발행이 총조달의 53.2%를 차지한다. 중금채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중장기 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공채 수준의 신용도를 갖췄기 때문에 발행금리가 낮다. 또 정기예금과 달리 예금보험료가 들지 않아 그만큼 일반 예금에 비해 금리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도 이뤄왔다. 차별화된 기업신용평가 능력과 장기간 동반 성장해 온 중소·중견기업의 충성도에 힘입은 덕이다. 그 결과 우량기업 대출 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중기 대출의 시장 점유율은 확대됐다. 대손비용도 줄고 예대마진도 적절한 수준에서 지켜왔다.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9859억원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기업은행의 중장기 전망도 다른 은행에 비해 밝은 편이다. 가계대출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이슈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의 상대적인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중기 대출의 압도적인 리더로서 기업은행이 수혜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금채를 통한 저리의 안정적 자금 조달이라는 이점도 여전하다. 장기간 축적된 기업·산업 관련 데이터에 공단 거주 지점망 등 현장 밀착영업이 더해져 신용평가의 정확성은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그 결과 대손비용이 잘 관리됐고, 1인당 생산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양호한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제 기업은행을 은행 수익성의 네 가지 요인 면에서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4대 요인은 △성장성의 척도인 대출증가율 △주업인 예대업의 수익성을 대변하는 예대마진(NIM) △건전성 관리의 결과물인 대손비용 △비용집행과 관련한 판관비(또는 경비율) 등을 들 수 있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증가율은 4.4%로 산업 성장률(2.5%)을 앞질렀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도 2017년 말 22.4%에서 지난 6월 22.8%로 늘어났다. 경쟁 속에서도 마켓리더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육성은 정부의 핵심 사업이어서 향후 중기 대출의 성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 금리 상승기에 기업은행은 조달구조의 특성으로 타행 대비 NIM(순이자마진) 상승 폭이 적었다. 이제 금리 하락기에 들어선 만큼 이익은 상대적으로 잘 방어될 전망이다. 실제로 상반기 중 기업은행의 NIM은 3bp(0.0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은행업 평균(-5bp) 대비 선방하고 있다. 이는 △중금채 금리가 시중 금리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금리 하락 시 조달비용 감축 효과가 크고 △저금리예금 비중이 낮아 금리 하락 시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동기간 핵심예금 증가율이 타행 대비 높았던 것 등에 기인한다.

대손비용은 은행의 중요한 수익성 변수다. 대손비용률(대손비용/총여신)이 대손비용을 보는 주요 지표다. 이는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잘됐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대손비용률이 가계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반기 대손비용률은 54bp(0.54%, 전년 동기 대비 5bp 감소) 수준이다. 과거 70bp(0.7%) 중반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판관비를 순영업수익으로 나눈 비율인 경비율은 은행의 비용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경비율은 38%로 산업 평균 47%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기업금융 위주의 영업으로 생산성이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데 기인한다.

기업은행은 은행주 내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다. 2014년부터 배당금액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난해 배당성향은 30.1%(별도, 일반주주 기준)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정부의 세수가 넉넉해 기업은행 대주주인 정부의 배당 수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가 배당성향 상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당 배당금(DPS)은 760원, 배당수익률은 5.7%를 예상한다. 지난해에는 주당 690원을 배당했다.

한국 은행주는 시장 상황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 이는 은행이 규제산업이라는 것과 금융의 온라인화로 은행업의 장기 전망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듯하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장애 요소에서 한 발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먼저 가계대출에 집중돼 있는 정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은행은 예대율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또한 바젤3에서 요구하는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D-SIB)’에 부과되는 1%포인트의 추가자본 적립 의무도 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을 보다 유연하게 늘릴 수 있는 입지에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의 온라인화의 압력도 덜 받을 전망이다. 일부 여수신 자금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리고 있지만 대부분 가계대출에 집중되고 있다. 기업금융이 대부분인 기업은행의 경우 이러한 금융 온라인화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정형화하기 어렵고 기업은행이 제공하는 차별적·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온라인 금융사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jskim@hmc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