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내양·40대 남성 등 목격자 기억 되살리기 주력
용의자 특정후 일주일만에 브리핑…"모두 5차조사까지 혐의 부인"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A(56) 씨의 혐의를 입증하고자 당시 목격자들의 소재 파악에 나선 가운데 이들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법최면 전문가를 투입했다.
경찰, 화성사건 목격자 조사에 '법최면 전문가' 투입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유력 용의자를 특정한 지 일주일만인 26일 이 사건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목격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7차 사건 당시 용의자와 마주쳐 수배전단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안내양과 9차 사건 당시 피해자인 김모(14) 양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양복차림의 20대 남성이 대화하는 모습을 목격한 전모(당시 41세) 씨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버스 안내양과는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전 씨의 소재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화성사건의 4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목격자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A 씨에 대한 대면조사는 전날인 25일까지 모두 5차례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접견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접견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목격자들에 대해서는 30여년 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법최면 전문가 2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여죄를 밝히는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1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86년 9월 15일 이전인 같은 해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7건의 연쇄성폭행 사건 등 화성사건과 그 무렵 발생한 유사범죄와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 범위는 A 씨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이다.

경찰은 A 씨가 화성사건 당시에도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지만 결국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 데에 대해서는 당시 기록을 토대로 혈액형과 족적(발자국) 등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화성사건 목격자 조사에 '법최면 전문가' 투입
경찰 관계자는 "기록에 의하면 9차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정액 추정 흔적이 있는 피해자 옷을 수거해 감정한 결과 혈액형이 B형으로 판명돼 당시 형사들은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했으며 이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들 진술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6차 사건에서 245mm의 족적이 나왔는데 당시 비가 많이 와서 실제보다 축소됐을 것이라고 보고 255mm로 추정해 수사에 활용한 기록이 나온다"며 "용의자는 당시 3차례에 걸쳐 수사를 받았지만 1, 2차 조사 때는 마땅한 증거가 없었고 3차 조사 때는 이 족적과 용의자의 것이 일치하지 않아 용의 선상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당시 경찰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6차 사건 이후와 8차 사건 이후 그리고 1990년 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1986년 8월 화성 인근에서 발생한 다른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화성사건의 범인이라는 주민 제보가 접수돼 처음 A 씨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A 씨는 전날까지 이어진 경찰의 대면 조사에서 자신은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