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살해후 장인 찾아가 "도와드릴 것 없느냐"…철면피 행동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A(56) 씨는 화성사건 발생 기간에 강도미수 범행까지 저지르고 이로 인한 수사·재판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용의자 과거 강도질로 붙잡힌뒤 경찰조사서 변명 일관
1989년 강도예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1·2심 판결문을 연합뉴스가 26일 확인한 데 따르면 그는 같은 해 9월 26일 오전 0시 55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에 미리 준비한 흉기와 장갑을 들고 침입했다가 집주인에게 발각됐다.

A 씨의 강도범행은 미수에 그쳤지만, 그는 강도예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90년 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A 씨는 항소했고 같은 해 4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A 씨는 1심 선고 이후 "낯 모르는 청년으로부터 구타당한 뒤 그를 쫓다가 이 사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일 뿐 금품을 빼앗고자 흉기를 휴대한 채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것이 아니다"라며 항소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를 들고 길을 걷다가 누군가 다가와 주먹을 휘둘러서 폭행당한 뒤 그를 쫓다가 남의 집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A 씨는 경찰 수사 때부터 법정에서까지 이처럼 믿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후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직후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 씨를 수사한 전 청주서부경찰서 김시근 형사에 따르면 A 씨는 처제를 살해한 뒤 장인을 찾아가 "뭐 도와드릴 일 없느냐"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선 처제가 납치된 것 같다며 장인과 함께 파출소를 찾아가 실종신고를 했다.
화성용의자 과거 강도질로 붙잡힌뒤 경찰조사서 변명 일관
처제가 납치됐다면서도 전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A 씨의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그에 대한 수사에 나서 처제가 살해되기 하루 전 A 씨가 처제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고 추궁했지만, 그는 명백한 기록 앞에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발뺌했다.

또 계속되는 추궁에 "강간하면 징역을 몇 년 살고 살인은 몇 년 사느냐"고 물은 뒤 자백했지만, 법정에서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며 자백을 번복하기도 했다.

A 씨는 화성사건의 1차 사건 발생 이후 33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나왔음에도 지난 25일까지 5차례 이뤄진 경찰의 대면 조사에서 "나는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