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홍콩법인장 지내다
학교폭력으로 아들 잃은 슬픔
폭력예방, 인성교육으로 승화
김 이사장은 지난 8월 초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첫 시상 이래 고(故) 장준하 선생(1962년), 고 장기려 박사(1979년), 빈민운동가 고 제정구 선생(1986년), 법륜스님(2002년), 박원순 서울시장(2006년) 등 한국인 수상자로 유명하다. 김 이사장이 16번째 수상자 영예를 안았다.
삼성전자 홍콩 법인장과 신원그룹 기조실장을 지낸 그는 1995년 학교폭력으로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슬픔에 직장생활을 그만둔 뒤 24년간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이번 수상은 24년간 함께해 준 후원자, 교육 강사, 상담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푸른나무 같은 청소년들이 잘 자라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막사이사이상 수상을 계기로 26일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푸른나무 청예단의 ‘미래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에서 24년간 사용한 푸른나무 청예단이란 이름을 ‘푸른나무재단’으로 바꿨다. 그는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를 빼고 친화적인 이미지로 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며 “청소년 폭력 예방을 포함해 비폭력 문화운동, 청년창업, 메이커교육, 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14개 지부, 350명의 직원으로 10개의 청소년 시설을 운영하며 청소년 폭력예방 활동을 한다. 하루평균 30건, 월평균 700건 이상의 상담전화를 받는다. 김 이사장은 “학교폭력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며 “정서적 폭력, 사이버 폭력의 비중이 늘어나고 학교폭력을 겪는 학생들의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결국 ‘교육’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사회의 정신적 성숙도는 아직 낮은 편”이라며 “입시 위주 교육 탓에 인성 교육이 오랫동안 방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의 좌우명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미치지 않으면 바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불광불급의 정신이 없었다면 푸른나무도 이미 무너졌을 수 있다”며 “명절마다 감사 편지를 보내는 학생과 부모님들의 진심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