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부문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가 3년6개월 만에 ‘주의’ 단계로 높아졌다. 비수도권 지역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동반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등 실물경제의 부진이 금융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빨간불 켜진 가계빚·불어난 좀비기업…금융 위험도 3년6개월 만에 '경고음'
26일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지수는 지난달 8.3을 나타냈다. 금융안정지수는 금융, 실물 분야 지표들을 조합해 산출하는 지수로 전반적인 금융안정상황을 나타낸다. 정상(8 미만), 주의(8~22), 위기(22 초과) 단계로 구분된다. 금융안정지수가 주의 단계에 진입한 것은 2016년 2월(11.0)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한은은 그동안 금융안정 위험의 진원지로 지적돼온 가계 부채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도 4.3%에 그쳐 2004년 3분기 말(4.1%)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방(비수도권)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등이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락과 경기 부진 등으로 지방에 있는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이 다소 저하되고 있다”며 “기업은 국내외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신용위험이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9.4%에서 올 2분기 43.5%로 커졌다. 반면 집값 하락으로 담보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담보 가치 대비 대출의 비중을 의미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보면 수도권은 2012년 49.8%에서 올해 2분기 49.4%로 떨어진 반면 지방은 50.1%에서 56.2%로 올랐다. 지방 집값이 2017년 말부터 2년 가까이 약세를 이어간 데 따른 것이다. 지방 취약차주의 연체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16년엔 20.5%였지만 올해 2분기엔 27.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20.6%에서 19.1%로 소폭 떨어졌다.

기업대출 우려도 커졌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78.1%에서 올 1분기 80.8%로 상승했다. 영업이익이 이자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같은 기간 9.5배에서 4.7배로 반토막 났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은 2017년 외부감사기업 기준으로 3112곳에서 지난해 3236곳으로 증가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