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반복해 쓴 네티즌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사이버 테러’ 격인 ‘악플’을 법원도 무시 못 할 범죄로 본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인터넷의 악성 댓글은 대면의 언어폭력 못지않은 공격이다. 익명 공간이 넘치는 현대사회의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봐야겠지만, 한국에서는 유난히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번 재판의 여덟 명 피고인처럼 집단으로 무리지어 한 개인을 공격하는 일도 흔하다. 집단 린치는 온라인상이라고 해서 경시될 수는 없다. ‘왕따 문화’와도 닮은 이런 집단 공격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미성숙 사회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업무와 휴식 등 일상생활 모든 면에서 온라인, 사이버 공간의 비중이 커져가는 게 현대사회다. 그만큼 인터넷에서의 절제와 에티켓, 상호존중 문화는 중요하다. 명예훼손이라는 형법상 범죄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상식의 문제다. 하지만 정치권이 더 앞장서는 선동 풍조, 양보·타협·경청의 가치를 삼켜버린 진영논리의 범람, 남녀별·연령별 집단이익 추구 현상 등으로 인터넷의 언어는 거칠기만 하다. 논리 또한 극단을 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플’ 캠페인을 조롱하는 악플, 무제한 자유의 댓글문화는 그런 데서 저급 경쟁을 부채질해왔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남녀노소, 좌우보혁 할 것 없이 모든 네티즌이 자율정화로 기본 예의에 충실해야 인터넷의 익명성이 주는 자유와 편리를 계속 누릴 수 있게 된다. 인신공격에 허위주장과 가짜뉴스까지 계속 범람하면 ‘댓글 실명제’ 같은 규제가 나올 수밖에 없고, 표현의 자유는 침해받기 마련이다. 댓글과 추천 수 조작 같은 범죄행위의 근절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억지 선동으로 양극단의 진영논리를 부채질하고, 툭하면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만들어내는 정치권과 그 주변 ‘빅 마우스(big mouth)’들의 자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