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임산부 배려석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글와글 임산부 배려석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상에서 논란을 일으킨 사진 한 장이 있다.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했던 연습생 이원준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크게 붐비지 않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이원준.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사진이 논란이 된 이유는 그가 임산부 배려석인 '핑크 카펫'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연습생 최초로 임신을 했다", "임신 축하한다" 등 태도를 지적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부주의했다"는 입장과 "논란까지 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의견을 내고 있다.

이원준의 태도를 비판하는 이들은 사진 상으로 충분히 다른 빈 자리가 있었으며, 임산부 배려석은 비켜주는 자리가 아닌, 비워두는 자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일부는 '핑크 카펫'은 의무석이 아닌 배려석임을 들며 이원준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논란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최근 각종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갈등을 겪은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가 임신을 했냐는 말을 들었다는 사연부터 임산부 뱃지를 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아 되려 서러웠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임산부에 대한 편의의 의미로 시작된 배려석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따르는가 하면, 남녀 갈등의 대상까지 되고 있는 것.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 건수는 2만758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75건의 민원이 들어온 것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 이용 시민 6179명(일반인 4977명, 임산부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임산부 응답자의 39.49%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산부가 아닌데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이유로는 '자리가 비워져 있었기 때문'이 54.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제가 아닌 배려석이라서'(26.68%), '다른 사람도 앉아서'(8.9%) 순이었다.

배려석에 앉았을 때 임산부가 있을 경우 어떻게 했느냐는 물음에는 '임산부인지 알면 양보한다'(54.66%), '임산부인지 몰라도 양보한다'(39.50%), '임산부인지 몰라서 양보 안 한다'(3.49%) 등의 답변이 나왔다. 대다수 임산부를 인지하면 배려하겠다는 생각인 것. 그러나 티가 잘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의 경우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신 여부를 직접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서울 거주 직장인 안모(29)씨는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었는데 임신했냐는 질문을 받고 황당했던 적이 있다. 사람이 붐비는 출근시간대였는데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런 질문을 했다. 어이 없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민망해서 그냥 그렇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는 괜히 임산부 배려석 근처로 안 가게 되더라. 임산부인지를 어떻게 알고 배려를 할 것인지, 배려석의 의미와 실효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임산부 10명 중 9명(88.5%)이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데 불편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58.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기'를 권장하는 자리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양보하기'에서 '비워두기'로 캠페인 홍보방안을 변경했다. 또 '임산부 배려송'도 만들어 지난해 11월부터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임산부 배려석 안내문을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도 포함된 다국어 패치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지하철 이용시민의 인식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탑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도 빈번하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홍보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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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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