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이슈가 뜨겁게 다뤄지던 지난 26일 오후. 자유한국당은 이 와중에 난데없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논평을 냈습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당일 인천 강화군에서 ASF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온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임진왜란 때 신의주로 도망가던 선조마냥 허둥지둥, 갈팡질팡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국에 매달리는 뺄셈정치를 즉각 포기하고 한국당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책TF’와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은 사실 민주당이 먼저 ASF를 거론하며 한국당을 공격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경제 공격과 함께 ASF를 당장 대응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사태’ 관련 공세를 펼치려는 한국당을 향해 “소중한 민생의 시간을 정쟁의 시간으로 사용하려는 한국당의 악의적 정치 공세는 ‘국민배반’이며 ‘민생배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경미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25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ASF와 관련해 “총리가 전면에 나서라”고 한 발언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박 원내부대표는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로 떨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가 돼지열병 예방의 허점을 지적하고 훈수를 뒀다”며 “그런데 시점이 참으로 이상하다. 25일 언급했는데 이미 17일과 24일 이 총리는 ASF 관련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초동 대처를 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ASF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조국 사태’ 공세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조국 갖고 그만 좀 싸우고 민생을 챙기자’는 프레임입니다. 민주당은 27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대책특위’를 열어 방역 대책 등을 논의했습니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이 조국 지키기에 매달리다보니 ASF 대응이 부실하다’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또 여당의 ASF 대응 강조를 북한 이슈 등과 함께 ‘조국 덮기용’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김정은 답방설에 대해서는 “조국 덮기용 북풍”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27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 “어떤 국정현안이 발생하면 그게 전부 다 조국 덮기용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밖에 안 되지 않겠느냐”며 “아프리카돼지열병도 그러면 조국 덮기를 위해서 저희들이 만든 것이냐”고 따져물었습니다.

점차 격화되는 ‘조국 사태’ 와중에 ASF가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씁쓸함이 듭니다. 어찌됐든 ASF 사태가 여당과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