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깨우쳐주고 세상 뜬 이…가슴에 담고 '핑크 몬스터' 길 나섰죠"
모리스 앨런(38·미국·사진)은 세계 최장타 기록 보유자다. 2년 전 마일하이쇼다운에서 483야드를 보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로지르는 샷을 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감히 상상하기 힘든 힘이다. 키는 177㎝로 크지 않지만 군살 없는 근육이 온몸을 뒤덮었다. 몸무게가 102㎏이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그의 몸은 온통 핑크색으로 가득하다. 장갑도, 공도 핑크색이다. 사람들은 그를 ‘핑크 몬스터’라고 부른다.

27일 경북 구미 골프존카운티선산CC(파72·7104야드)에서 만난 앨런은 핑크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1년 새 이모 두 분이 모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그때부터 유방암과의 싸움을 뜻하는 핑크색을 좋아하게 됐다”며 “두 분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앨런은 플로리다 파인힐스에서 거칠게 자랐다. 파인힐스는 미국 평균보다 범죄율이 70%가량 높은 동네다. 처음엔 골프에 관심이 없었다. 비쌌고 재미도 없었다. 그는 “골프는 이성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운동이었고 돈도 부족했다”면서 “‘남자다운’ 운동인 미식축구를 즐겼다”며 웃었다.

집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다른 길로 새지 않았다.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누누이 강조한 이모들 덕분이었다. 플로리다A&M대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공부하고 조지아주 라이프대에선 카이로프랙틱을 공부했다. 육상 선수를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우연히 골프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드라이버를 쳤는데 시작부터 남들보다 30~40야드는 더 보냈다” “주변에서 너무 좋아했고 장타 대회를 권유해 출전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에겐 골프 선수로 크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왼팔이 오른팔보다 월등히 길다. 한 뼘 정도 차이가 난다. 육상 선수를 했던 고등학교 시절 훈련하다가 넘어져서다. 오른팔이 부러졌고 수술만 수차례 했다. 오른팔은 성장을 멈췄고 왼팔만 자랐다. 이 때문에 임팩트 때 오른손이 그립에서 살짝 떼어진다. 앨런은 “왼손 악력으로 클럽을 꽉 쥐고 놓쳤던 오른손을 재빨리 잡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또 왼팔이 긴 만큼 열리는 왼 어깨를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은 앨런은 이날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볼빅 대구경북오픈(총상금 5억원)에 출전했으나 중간합계 37오버파로 커트 탈락했다. 이날만 17타를 잃어 투어 대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최종 순위는 131위로 최하위. 평소 쓰는 드라이버(샤프트 강도 3X, 로프트 각 1도) 대신 자신만의 스트로크 플레이용 드라이버(샤프트 강도 8X, 로프트 각 6도)를 들고나왔으나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매너만큼은 프로였다. 그는 주최 측 권유에도 같은 조 선수들의 경기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드라이버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틀간 드라이버를 사용한 홀이 8개가 전부였다. 그는 “드라이버를 잡으면 밖으로 나가는 공이 많아 동반자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최대한 많이 아이언 티샷을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신만의 ‘장타 비결’도 공개했다. ‘등 때리기’ 비법이다.

“클럽으로 등을 때린다는 생각으로 피니시 동작에서 클럽 헤드를 최대한 뒤로 넘겨 보세요. 헤드 스피드가 붙으면서 공이 클럽 헤드에서 떨어지기 바로 직전까지 공을 앞으로 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피니시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스윙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 꼭 연습장에서 연습 후 실전에 적용해 보세요.”

구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