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과속유발자' 스팅어 혹은 토종 '마세라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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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13회
△ 2020년형 스팅어 3.3 가솔린 터보 GT 시승기
▽ 스포츠카 '씹어먹는' 토종 세단
▽ '마세라팅어'…기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고민
△ 2020년형 스팅어 3.3 가솔린 터보 GT 시승기
▽ 스포츠카 '씹어먹는' 토종 세단
▽ '마세라팅어'…기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고민
스팅어는 기아자동차 최초의 스포츠 세단이다. 지난 2018년 출시돼 신차라고 부를 수 없는 차량이지만, '스팅어는 꼭 타봐야 한다'는 주변의 독려에 지난 23일 올라탔다. 직접 만나본 2020년형 스팅어는 국산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자동차였다.
◇ 침묵의 과속유발자
스팅어는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선보인 스포츠 세단이다. 사실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편의사양 풍부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패밀리카를 만드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국산 브랜드들이 과도하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고 부품 마진도 많이 남긴다고 비판하지만, 수입차와 가격을 비교하면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에서 국산차가 압도적인 우위에 서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수입차는 절대적인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국산차가 채워주지 못하는 매력을 내세울 뿐, '가성비'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는 반대로 국산차 브랜드의 발목을 잡았다. 자동차의 고급화를 시도해도 보급형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랐고 성능을 높여도 감성의 부족이 지적됐다. 국산차 브랜드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판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탓이다.
스팅어에는 이러한 인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기아차의 외침이 담겼다. 실제 올라탄 스팅어는 스포츠카와 세단을 어색하게 엮은 스포츠 세단보다 정통 스포츠카에 가까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스팅어는 3.3L V6 직분사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스팅어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4.9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275km/h다. 처음 스팅어 문을 열자 좌석이 뒤로 밀리며 편히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문을 닫고 시동을 켜자 좌석이 앞으로 당겨지며 그릉대는 배기음이 올라왔다. K7 프리미어 같은 정통 세단에서는 소음으로 치부되는 배기음이지만, 스팅어에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함께 작동하며 흡기음까지 증폭해 실내로 전달한다. 덕분에 운전석에서는 스포츠 감성을 아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 스포츠카 '씹어먹는' 토종 세단
그릉대는 소리에 비해 주행감은 상당히 차분하다. 속도를 높여도 진동이나 소음이 실내로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사륜구동 차량이기에 어느 한 쪽에 힘이 몰리면 동력계에서 반대편으로 힘을 분배해 균형을 맞춘다. 급가속을 할 때는 후륜에서 미는 힘이 크게 느껴지지만, 제동을 하거나 회전을 할 때에는 특정한 부위로 쏠리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전후좌우 균일한 힘 배분이 이뤄지는 셈이다. 5m에 가까운 긴 차체도 이러한 효과에 한 몫을 한다.
이는 스팅어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스팅어는 급가속, 급제동, 급선회 등의 상황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진동과 소음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에 운전자가 차량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고속도로에서 시승하며 2차로 차량을 추월하려 비어있는 1차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밟은 일이 있다. 도로 흐름이 원활한 편은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70~80km/h의 속도를 내는 것을 의도했지만, 속도계가 순식간에 110km/h에 근접해 급히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스팅어 오너들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다. 스팅어를 구입한 지인은 "스팅어를 타고 얼마 뒤 고속도로를 가다가 주변 차량들이 느릿느릿하게 다닌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속도계를 보니 내가 심각하게 과속을 하고 있었다"며 "숙련된 운전자는 속도계를 보지 않더라도 풍절음과 진동 등으로 속도를 가늠하지 않느냐. 스팅어에는 그 감각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산차에 걸맞는 경제성도 스팅어의 장점이다. 동급 성능을 내는 외제차들은 옥탄가 94 이상의 고급 휘발유를 넣지 않으면 경고등이 들어오기 십상이다. 스팅어는 일반 휘발유를 넣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기아차 관계자는 "가급적 고급 휘발유를 넣는게 좋지만, 일반 휘발유를 넣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차체 높이가 1400mm로 승용차 기준에 포함되기에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도 스포츠카로 분류되지 않는다. 5년/10만km 무상보증 기준도 국산차와 동일하다. 연비 역시 서울 한복판 출·퇴근길 러시아워를 겪었음에도 스포츠모드에서 리터당 5.9km를 유지했다.
◇ '마세라팅어'…기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고민
스팅어는 수입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와 스팅어를 합친 '마세라팅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차량 자체 상품성에 비해 기아차의 낮은 브랜드 파워를 지적하는 의미가 담겼다. 해외 유수 브랜드에서 내놓았다면 높은 평가를 받았겠지만, 기아차가 내놓은 탓에 박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 미국, 호주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이 때문에 기대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아차도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을 고민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기아차는 라틴어로 본질을 뜻하는 '에센시아', '에센투스' 브랜드 상표를 등록한 바 있다. 내수용 스팅어의 앰블럼도 대문자 E 형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보급차 브랜드라는 인식이 차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 스팅어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동력계 변동은 없이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침묵의 과속유발자
스팅어는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선보인 스포츠 세단이다. 사실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편의사양 풍부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패밀리카를 만드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국산 브랜드들이 과도하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고 부품 마진도 많이 남긴다고 비판하지만, 수입차와 가격을 비교하면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에서 국산차가 압도적인 우위에 서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수입차는 절대적인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국산차가 채워주지 못하는 매력을 내세울 뿐, '가성비'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는 반대로 국산차 브랜드의 발목을 잡았다. 자동차의 고급화를 시도해도 보급형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랐고 성능을 높여도 감성의 부족이 지적됐다. 국산차 브랜드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판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탓이다.
스팅어에는 이러한 인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기아차의 외침이 담겼다. 실제 올라탄 스팅어는 스포츠카와 세단을 어색하게 엮은 스포츠 세단보다 정통 스포츠카에 가까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스팅어는 3.3L V6 직분사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스팅어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4.9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275km/h다. 처음 스팅어 문을 열자 좌석이 뒤로 밀리며 편히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문을 닫고 시동을 켜자 좌석이 앞으로 당겨지며 그릉대는 배기음이 올라왔다. K7 프리미어 같은 정통 세단에서는 소음으로 치부되는 배기음이지만, 스팅어에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함께 작동하며 흡기음까지 증폭해 실내로 전달한다. 덕분에 운전석에서는 스포츠 감성을 아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 스포츠카 '씹어먹는' 토종 세단
그릉대는 소리에 비해 주행감은 상당히 차분하다. 속도를 높여도 진동이나 소음이 실내로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사륜구동 차량이기에 어느 한 쪽에 힘이 몰리면 동력계에서 반대편으로 힘을 분배해 균형을 맞춘다. 급가속을 할 때는 후륜에서 미는 힘이 크게 느껴지지만, 제동을 하거나 회전을 할 때에는 특정한 부위로 쏠리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전후좌우 균일한 힘 배분이 이뤄지는 셈이다. 5m에 가까운 긴 차체도 이러한 효과에 한 몫을 한다.
이는 스팅어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스팅어는 급가속, 급제동, 급선회 등의 상황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진동과 소음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에 운전자가 차량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고속도로에서 시승하며 2차로 차량을 추월하려 비어있는 1차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밟은 일이 있다. 도로 흐름이 원활한 편은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70~80km/h의 속도를 내는 것을 의도했지만, 속도계가 순식간에 110km/h에 근접해 급히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스팅어 오너들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다. 스팅어를 구입한 지인은 "스팅어를 타고 얼마 뒤 고속도로를 가다가 주변 차량들이 느릿느릿하게 다닌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속도계를 보니 내가 심각하게 과속을 하고 있었다"며 "숙련된 운전자는 속도계를 보지 않더라도 풍절음과 진동 등으로 속도를 가늠하지 않느냐. 스팅어에는 그 감각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산차에 걸맞는 경제성도 스팅어의 장점이다. 동급 성능을 내는 외제차들은 옥탄가 94 이상의 고급 휘발유를 넣지 않으면 경고등이 들어오기 십상이다. 스팅어는 일반 휘발유를 넣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기아차 관계자는 "가급적 고급 휘발유를 넣는게 좋지만, 일반 휘발유를 넣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차체 높이가 1400mm로 승용차 기준에 포함되기에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도 스포츠카로 분류되지 않는다. 5년/10만km 무상보증 기준도 국산차와 동일하다. 연비 역시 서울 한복판 출·퇴근길 러시아워를 겪었음에도 스포츠모드에서 리터당 5.9km를 유지했다.
◇ '마세라팅어'…기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고민
스팅어는 수입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와 스팅어를 합친 '마세라팅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차량 자체 상품성에 비해 기아차의 낮은 브랜드 파워를 지적하는 의미가 담겼다. 해외 유수 브랜드에서 내놓았다면 높은 평가를 받았겠지만, 기아차가 내놓은 탓에 박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 미국, 호주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이 때문에 기대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아차도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을 고민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기아차는 라틴어로 본질을 뜻하는 '에센시아', '에센투스' 브랜드 상표를 등록한 바 있다. 내수용 스팅어의 앰블럼도 대문자 E 형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보급차 브랜드라는 인식이 차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 스팅어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동력계 변동은 없이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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