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31)는 최근 교통 범칙금 고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한 곳의 은행 가상계좌로만 교통 범칙금을 내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이 따로 있는 이씨는 “다른 은행 가상계좌는 없느냐”고 경찰청에 문의했지만 “교통 범칙금 가상계좌는 하나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정차위반, 속도위반 등 교통 범칙금을 낼 때는 신한은행 가상계좌로만 납부할 수 있다. 통상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은 여러 은행의 가상계좌를 열어둔다. 교통 범칙금은 예외다. 경찰청이 가상계좌 관련 계약을 맺은 곳이 신한은행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2007년부터 13년째 신한은행과 이 같은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은행 한 곳의 가상계좌로만 납부하게 하면서 해당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강모씨(42)는 “요즘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타행 이체 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이 많지만 3~4년 전엔 그렇지도 않았다”며 “괜히 수수료를 부담 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는 ‘왜 한 계좌로만 교통 범칙금을 내야 하느냐’는 문의 글도 여럿이다.

경찰청이 신한은행과만 계약을 맺은 건 이용 수수료 때문이다. 경찰청이 교통 범칙금 납부 가상계좌를 정할 당시 여러 은행과 협의한 결과 신한은행이 가장 이용 수수료를 낮게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교통 범칙금 가상계좌는 공익적 성격이 크다고 보고 수수료를 낮췄다”며 “12년간 수수료를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국민, 우리은행을 포함 총 3개 은행의 가상계좌로 교통 범칙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편의성을 감안해 이용 가능한 가상계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