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에 본사를 둔 나노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탈질촉매소재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국내 시장을 독점해 온 일본산 탈질필터를 90%가량 대체 생산하고 있다.

韓·獨 기업 기술협력 확대…소재·부품·장비 脫일본 나선다
신동우 나노 회장은 “회사 설립 초기 하인즈 굿벨렛 교수(화력발전사 이온의 전 연구소장)와 엔지니어 등 네 명의 기술 지원 덕분에 핵심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 후 주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를 위한 기술협력 국가로 독일이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 기업들도 일본이 독점해온 소재·부품·장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 머크 등은 일본이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린 불화가스,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종을 포함해 다양한 소재·부품·장비의 한국 거래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기술협력은 한독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김효준 한독상의 한국 측 회장(BMW그룹코리아 회장)은 “독일엔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부품·소재·장비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해 독일 기업이 협력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로부터 대일 의존도가 50%를 넘는 전략물자 37개 품목의 명단을 건네받은 한독상의는 독일 연방상의 산하 업종별 협회 일곱 곳에 이들 명단을 보내 공급 가능 업체를 찾고 있다. 공급 가능 업체가 확정되면 두 기관은 오는 11월께 한국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마련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이에 앞서 다음달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독 기술협력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양국 간 기술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크로바케미칼의 경북 경산 공장에선 정밀화학물 포장용기를 생산한다. 과산화수소, 아크릴산, 염산, 초산, 황산, 질산 등 강산성 물질과 강알칼리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다. 이들 용기는 운반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뚜껑의 틈새로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완벽한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기술을 갖춘 기업은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강선중 회장은 “정밀화학용 포장용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결은 독일과의 기술제휴 및 자체 기술축적에 따른 것이다. 마우저 및 슈츠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냈다.

실란트 및 접착제 전문업체인 유니테크는 독일에 아예 연구소를 설립해 현지 대학 및 연구소와 협업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9년 창업 이후 산업용 접착제의 개발과 생산에 주력해 왔다. 특수접착제를 독일에서 개발하고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그동안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긴 하지만 왠지 멀고 기술협력하기에 까다로운 나라로 인식돼 왔다”며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본 뒤 중견·중소기업들이 독일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