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수사 관련 메시지가 알려진 직후 대검찰청 관계자와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대검은 대변인실 명의로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구만 보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엄정한 수사’와 ‘국민’에 방점을 뒀다는 게 검찰 내부 시각이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훨씬 격앙된 반응이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피의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검사는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이상 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지난 23일 담당 검사에게 연락한 것을 두고 ‘수사 외압’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다음날 나왔다는 점에서 명백한 ‘조국 구하기’ 의도라고 해석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지난 7월 취임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약속했다”며 “정치권의 공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도 “70여 년 검찰 역사상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검찰이 이전에 없던 일을 겪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수사에서 얼마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엄정하게 수사하느냐가 정권에 상관없이 검찰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대응 전략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엔 대통령이 검찰에 불만을 나타내면 검찰총장 또는 대검 간부가 사표를 내는 방식으로 집단 항명을 했다. 하지만 이젠 자리를 지키며 버티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바른 검찰개혁을 이끌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윤 총장은 이날 조 장관의 수사외압을 폭로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친분설에 대해 “연수원 수료 이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재직 시절 연수생 전원이 참석하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을 뿐”이라며 “주 의원과 신림동에서 고시공부를 함께했다거나 같이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