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가 전경련에서 기업인들을 만나고 온 다음날 “오해될 만한 발언이 있었다면 그분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겠다”며 몸을 바짝 낮춘 장면은 당혹스럽다. 민주당 의원 12명이 대거 전경련을 방문해 연 간담회에서 “우리가 대기업 노조나 민주노총 편이 돼 일하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해명에 나선 것이다.

‘점령군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뻣뻣하던 여당이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낯설고 이질적이다. 발언 맥락으로 볼 때 ‘그분들’을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거대 노동단체로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아무리 발언을 곱씹어 봐도 노동계에 사과할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집권당으로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노사 문제에도 균형감각을 갖겠다는 원론적 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노사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상식적인 다짐을 왜 사과까지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비정규직·최저임금 등 현안마다 정부 여당의 ‘친(親)노조’ 편향이 비판받는 현실에서 “기업인 목소리도 잘 듣겠다”는 것은 격려받아 마땅한 발언이었다. 더구나 거대 노조의 ‘철밥통 투쟁’이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는 판국이다. 공권력도 법원 판결도 무시하더니 급기야 ‘자해 투쟁’까지 서슴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저지를 위해 유럽연합(EU) 본부에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선언했고, 앞서 한국GM 노조도 “우리 차(車) 사지 말라”는 ‘막장 투쟁’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의 갈지자 행보는 거대 노조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재차 확인시키고 말았다. 도대체 민주노총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거대 노조의 대중 동원력에 기댄 국정 운영은 노조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를 깊은 수렁 속으로 몰아넣는 공멸의 길이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는 자명한 사실로 노조를 설득해 내는 용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