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장본인인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 사후에도 짐바브웨의 경제는 높은 물가상승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짐바브웨 정부에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또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가 짐바브웨 정부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사실을 보도했다. IMF에 따르면 짐바브웨 물가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300%(연율) 올랐다. 짐바브웨 물가는 지난 6월과 7월에도 200% 가까이 뛴 것으로 전해졌다. IMF는 최근 짐바브웨 정부가 과도하게 많은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것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짐바브웨는 1980년부터 2017년 대통령을 지낸 무가베 전 대통령 치하에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겪었다. 정부의 무리한 토지개혁 등으로 경제위기가 오면서 무가베 대통령이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화폐를 대량 찍어냈으며 이로 인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통상 한 달에 물가가 50% 이상 뛰는 현상을 가리킨다. 짐바브웨는 2000년 초부터 2009년까지 물가가 5000억%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09년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용화폐로 채택했다.

2017년 무가베 전 대통령 다음으로 권좌에 오른 에머슨 음낭가와 대통령이 국가경제 체질 개선을 이유로 올해 2월 짐바브웨달러를 재도입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 짐바브웨 정부는 다시 예전처럼 화폐를 대량 발행했고 짐바브웨달러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다. 짐바브웨달러는 지난 2월 도입 당시 1미국 달러 대비 교환비가 1짐바브웨달러였지만 현재 16.5짐바브웨달러까지 떨어졌다.

FT는 최근 짐바브웨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정부 부패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짐바브웨 정부가 최근 정부와 유착 관계가 있는 에너지기업인 사쿤다 홀딩스에게 국채를 다량 지급했는데 이것이 한꺼번에 상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국채 상환금을 충당하기 위해 화폐를 많이 찍고 있기 때문이다. 사쿤다 홀딩스는 농업과 관련됐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국책 사업에 참여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3억6600만달러(약 4400억원)어치의 미국 달러화 표시 국채를 지급받았다. 이는 짐바브웨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인 170억달러의 2%가 넘는 액수다. IMF에 따르면 짐바브웨 중앙은행의 본원통화(화폐) 발행액은 올 들어 80% 급증했다. IMF는 짐바브웨의 연간 본원통화 증가량 적정치를 8~10%로 보고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