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돼지 모두 살처분 대상…새우젓시장 등 관광지도 피해
태풍에 재난지역 선포된 강화도, 돼지열병에 다시 직격탄
태풍 '링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던 인천 강화군 주민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또다시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통받고 있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강화군에서는 27일 현재 5개 농가가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원래는 이들 농장 주변 3km 반경에 있는 15개 농가의 돼지 1만2천584마리가 살처분 대상이었지만, 정부는 다른 지역으로의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강화군 사육 돼지 3만8천1마리 전체를 살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강화군에서는 24일 송해면, 25일 불은면, 26일 삼산면 석모도와 강화읍, 27일 하점면 등지로 확진 농장이 늘어났다.

국내 돼지열병 확진 사례 9건 중 최근 5곳이 강화군에 쏠린 상황이다.

이번 살처분에 따른 강화군 양돈농가의 피해는 현재 추산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돼지열병으로 돼지 시세가 계속해 바뀌어 살처분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태풍에 재난지역 선포된 강화도, 돼지열병에 다시 직격탄
특히 돼지열병 추가 확진 농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양돈농가들의 근심이 크다.

최근 돼지 980마리를 살처분한 돼지농장 농장주 A씨는 "이곳은 민통선 바로 밑 지역이고 강화도에서도 외딴곳인데 ASF가 확진돼 황당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며 "말할 상황이 아니니 더는 말하지 않겠다"며 침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돼지열병 확산에 따라 강화군 지역 관광지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강화군은 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교동향교 문화재 체험 행사, 미혼남녀 만남, 토요문화마당 등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 1.8㎞ 길이의 루지장을 갖춰 최근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었던 강화 '강화씨사이드리조트'는 강화군에서 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역 관광명소인 석모도 미네랄 온천, 석모도 수목원, 조양방직 등지를 찾는 관광객도 급감했다.

가을철을 맞아 새우젓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인 외포리 젓갈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찬요 강화젓갈시장 총무는 "본격적으로 추젓이 나오기 시작해 방문객이 많아야 할 시기인데도 현재 하루 방문객 수가 지난주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화씨사이드파크 관계자는 "돼지열병 확진 전 평일 하루 방문객 수가 1천500명 수준이었는데 1천200명 정도로 줄었다"며 "확진 농가 수가 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태풍에 재난지역 선포된 강화도, 돼지열병에 다시 직격탄
특히 강화군 주민들은 지난 7일 강화군을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 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돼지열병까지 확산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강화군에서는 당시 태풍으로 인해 건물파손·수목피해 등 4천144건, 77억5천만원(정부 추산 70억8천만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교동도와 서도면 전 지역이 정전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왕새우 2만1천㎏·닭 4천마리·돼지 233두·소 17두가 폐사했다.

태풍에 수확을 앞둔 인삼들도 손상돼 폐기되면서 인삼 농가와 비닐하우스에서만 4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앞서 강화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다.

국내 9번째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의 농장주 심모(56)씨는 "태풍 링링 때 축사 80∼90%가 망가졌다"며 "태풍에 돼지열병까지 맞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