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 상반기 내지 하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바닥은 갈수록 미뤄지는 양상이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이 이번 달 집계한 42개 경제전망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0%, 내년 2.2%다.
지난달 집계했던 올해 2.0%, 내년 2.3%에서 내년 전망치가 소폭 하향조정됐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지난 4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8%로 내렸다.
내년 전망치는 1.9%에서 1.6%로 내리며 올해보다 더 나쁘다고 봤다.
BoAML은 7월 전망 이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했으며, 수출 부진과 민간 투자 둔화로 성장세가 한동안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더 둔화할 수 있다며 올해 한국 성장률을 1.8%로, 내년은 1.7%로 전망했다.
HSBC도 올해 2.3%, 내년은 2.2%로 제시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내년 성장세가 올해보다 나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6일 올해 한국 성장률을 2.0%로, 내년을 1.8%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2020년 세계 경기가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며, 반도체 경기 반등도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 내수도 타격을 받는다고 봤다.
국가미래연구원도 지난 5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내년은 1.9%로 전망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 26일 실물경제가 침체했다며 내년 이후부터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올해 2.4∼2.5%, 내년 2.6%), 한국은행 (2.2%, 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2.3%)를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2.4%, 2.5%), 현대경제연구원(2.1%, 2.3%) 등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아진다고 본 곳이 많지만, 아직 경기 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당초 올해 상반기 내지 하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바닥은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모습이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아직 경기 저점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경기가 호전될 기미가 관측이 안된다"면서 "수출이나 세계경제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지금까지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던 미국 경제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안좋아지고 있어 아직 저점을 이야기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반도체 회복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제만 회복을 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빠르면 올해 하반기가 되면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다.
한은은 4월 경제전망에서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며 수출, 투자 모두 개선한다고 봤다.
이후 7월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반도체 경기가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야 회복한다며 반등 예상 시점을 늦췄다.
하반기 들어 대외여건이 악화한 만큼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11월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반등 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며, 미국과 중국 경제도 내년이 더 안 좋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교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