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9일 오후 4시 34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쌓아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 세 곳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맞붙게 됐다.
[마켓인사이트] 아시아나항공 인수戰, 초대형 IB '삼국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미래에셋대우 외에 KB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주요 인수 후보 측의 자문사로 선정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둘러싸고 초대형 IB 간 각축전이 벌어진 것은 거래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빅딜’인 데다 항공기금융 등 ‘미래 먹거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KCGI의 인수 자문을 맡기로 했다. KB증권은 앞서 KCGI의 인수금융에도 참여하겠다는 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인수자문을 맡게 된 만큼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인수금융 역시 KB증권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투자도 KCGI 측에 LOI를 제출했으나 KB증권에 밀렸다.

[마켓인사이트] 아시아나항공 인수戰, 초대형 IB '삼국지'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부터 애경그룹과 손잡고 인수전을 준비해 왔다. 애경그룹은 삼성증권에 인수 자문을 맡기고 있다. 애경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도록 실탄을 지원하는 인수금융을 담당할 예정이다. 애경그룹은 인수전에 필요한 자금을 댈 FI도 찾고 있는데, 삼성증권은 FI는 맡지 않겠다는 뜻을 처음부터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FI 참여는 자칫 ‘삼성의 항공업 진출’로 해석될 수 있어 그룹의 여러 현안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애경그룹은 PEF 등 여러 FI 후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들이 제시한 조건을 비교해 다음달 확정할 계획이다.

KB증권·삼성증권과 달리 미래에셋대우는 인수전에 직접 ‘선수’로 뛰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나항공 지분 일부를 인수할 예정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고려대 경영대 선후배(각각 78·80학번) 관계로 잘 알고 있는 데다 그동안 몇몇 비즈니스에서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컨소시엄 성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초대형 IB들의 아시아나 인수전 직·간접 참여에 대해 여러 가지 포석이 담긴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고 대외 여건도 나빠 여러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I가 아니라 FI나 인수금융으로 참여한다면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에 발행한 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을 정리해야 하고 5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 상환과 이에 상응하는 자금 조달, 기존 대출 차환, 항공기금융 등 다양한 일감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여러 먹거리를 보장해 달라고 HDC현대산업개발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중반을 넘어 4~5주 후 진행될 본입찰을 향해가고 있다. 적격 인수후보로 선정된 4개사는 지난 17일부터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위해 마련된 가상 데이터룸에 접속해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삼일PwC,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삼정KPMG, KCGI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각각 회계자문사로 써서 실사에 참여하고 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회계자문 없이 직접 자료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수 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공시자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의 자료만 제공하고 노선별 이익 등 핵심 자료 공개를 거부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은 내달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