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온라인 중개 활발…법률시장에 '우버' 바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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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IBA 서울 총회 성황리 폐막
中·인도 등 亞서 수백개 플랫폼
AI가 이슈별 변호사 매칭 '척척'
IBA 서울 총회 성황리 폐막
中·인도 등 亞서 수백개 플랫폼
AI가 이슈별 변호사 매칭 '척척'
‘15분 전화상담 2만원, 30분 방문상담 6만원.’
국내 업체가 자체 제작한 온라인 변호사 중개 사이트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때 내는 금액이다. 검색창에 ‘계약서 작성’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입력하자 곧바로 300여 명의 변호사 목록이 나왔다. 변호사의 이름과 사진 아래에는 사법연수원 기수부터 법조인으로 활동한 기간, 출신 대학과 로펌 등의 정보가 달려 있었다. 의뢰인들이 평가한 별점도 덧붙었다. 전화상담이 가능한 변호사와 방문상담을 해주는 변호사를 표시해주고 예약 가능 시간도 알려줬다. 이런 형태의 변호사 중개 업체는 한국에서만 이미 10여 개 나타났다. 한국뿐만 아니다. 글로벌 승차 공유업체 우버처럼 필요할 때마다 변호사를 단기간 사용하는 서비스가 나라마다 수백 개씩 생겨나며 세계적으로 대중화 바람을 타고 있다. ‘변호사 출장서비스’ 앱까지 등장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지난 22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총회에서는 프리랜서 변호사를 법률서비스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법조계의 공유경제’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긱(gig) 경제(필요할 때 짧은 시간만 임시로 고용하는 경제)와 법률산업-법률서비스의 우버화’ 세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법조인들이 100여 개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발표자로 참석한 양민웅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는 수백 개 법률 중개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다”며 “공유경제와 기술 발달로 특정 로펌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들의 활약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한 변호사 중개 플랫폼 앱(응용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양 변호사는 “의뢰하려는 사건을 형식에 맞춰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적합한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서비스까지 있다”며 “법조시장에 대한 의뢰인들의 접근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로펌 EY의 달튼 알베르트 변호사는 “우버화는 일정한 월급 대신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제로 글로벌 경제의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로펌업계도 우버화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의뢰인과 변호사가 장기간 계약을 맺지 않고 프로젝트나 사건의 일부에 대해서만 업무를 해주고 수임료를 받는 형식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션 콜렌소 이란-미국청구법원 법률고문은 법률서비스 플랫폼 업체 악시옴 등을 소개했다. 콜렌소 고문은 “변호사를 쓰려는 소비자들이 효율성에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며 “공유 변호사 시대에 사건을 이슈별로 분리해 적절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면 가격적으로도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서비스 신뢰도 확보가 과제
전문가들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우버화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로펌과 변호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로펌 BCLP의 네빌 아이젠버그 변호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로펌에 일감이 갑자기 몰렸을 때 클라이언트들이 변호사를 추가로 투입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에는 단기계약직 변호사가 부족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프리랜서 변호사가 많아지면 로펌들이 시장 탄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아이젠버그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의 우버화로 젊은 변호사들은 의뢰인과의 접점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로펌에 소속돼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여러 경험을 하면서 경륜을 쌓을 수 있게 됐다”며 “우버화는 경력이 짧은 변호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시장의 우버화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알베르트 변호사는 “온라인 공간에선 변호사 윤리 규정 등이 느슨한 경우가 많다”며 “일부 사이트의 별점 등 평가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자칫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우버화(Uberization)
차량과 승객을 바로 연결해주는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에서 나온 신조어. 소비자와 공급자가 중개자 없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법률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서비스의 우버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국내 업체가 자체 제작한 온라인 변호사 중개 사이트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때 내는 금액이다. 검색창에 ‘계약서 작성’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입력하자 곧바로 300여 명의 변호사 목록이 나왔다. 변호사의 이름과 사진 아래에는 사법연수원 기수부터 법조인으로 활동한 기간, 출신 대학과 로펌 등의 정보가 달려 있었다. 의뢰인들이 평가한 별점도 덧붙었다. 전화상담이 가능한 변호사와 방문상담을 해주는 변호사를 표시해주고 예약 가능 시간도 알려줬다. 이런 형태의 변호사 중개 업체는 한국에서만 이미 10여 개 나타났다. 한국뿐만 아니다. 글로벌 승차 공유업체 우버처럼 필요할 때마다 변호사를 단기간 사용하는 서비스가 나라마다 수백 개씩 생겨나며 세계적으로 대중화 바람을 타고 있다. ‘변호사 출장서비스’ 앱까지 등장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지난 22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총회에서는 프리랜서 변호사를 법률서비스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법조계의 공유경제’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긱(gig) 경제(필요할 때 짧은 시간만 임시로 고용하는 경제)와 법률산업-법률서비스의 우버화’ 세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법조인들이 100여 개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발표자로 참석한 양민웅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는 수백 개 법률 중개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다”며 “공유경제와 기술 발달로 특정 로펌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들의 활약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한 변호사 중개 플랫폼 앱(응용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양 변호사는 “의뢰하려는 사건을 형식에 맞춰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적합한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서비스까지 있다”며 “법조시장에 대한 의뢰인들의 접근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로펌 EY의 달튼 알베르트 변호사는 “우버화는 일정한 월급 대신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제로 글로벌 경제의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로펌업계도 우버화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의뢰인과 변호사가 장기간 계약을 맺지 않고 프로젝트나 사건의 일부에 대해서만 업무를 해주고 수임료를 받는 형식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션 콜렌소 이란-미국청구법원 법률고문은 법률서비스 플랫폼 업체 악시옴 등을 소개했다. 콜렌소 고문은 “변호사를 쓰려는 소비자들이 효율성에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며 “공유 변호사 시대에 사건을 이슈별로 분리해 적절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면 가격적으로도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서비스 신뢰도 확보가 과제
전문가들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우버화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로펌과 변호사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로펌 BCLP의 네빌 아이젠버그 변호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로펌에 일감이 갑자기 몰렸을 때 클라이언트들이 변호사를 추가로 투입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에는 단기계약직 변호사가 부족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프리랜서 변호사가 많아지면 로펌들이 시장 탄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아이젠버그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의 우버화로 젊은 변호사들은 의뢰인과의 접점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로펌에 소속돼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여러 경험을 하면서 경륜을 쌓을 수 있게 됐다”며 “우버화는 경력이 짧은 변호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시장의 우버화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알베르트 변호사는 “온라인 공간에선 변호사 윤리 규정 등이 느슨한 경우가 많다”며 “일부 사이트의 별점 등 평가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자칫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우버화(Uberization)
차량과 승객을 바로 연결해주는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에서 나온 신조어. 소비자와 공급자가 중개자 없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법률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서비스의 우버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