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몰고 온 폭풍 같은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 스피커다. 기업들은 장밋빛 미래를 먼저 얘기했다. 아직 그때가 이르지 않았지만 곧 박진감 넘치는 진짜 경기(기업 간 기술 경쟁)가 시작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경기 입장권’을 버릴지도 모른다.

마침 세계 1위 구글이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전쟁에 합류했다. 한국말이 서투른 탓에 지금은 적응훈련을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국내 선수(경쟁 기업)들 모습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잊지 말자. 구글은 언어 천재다.

구글과 제대로 한판 붙으려면 국내 기업들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사용자 말을 듣고 문장을 분석해 자신이 수행할 명령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국내 업계는 이런 음성인식 기술이 이미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현 음성인식 기술 수준으로는 세상이 기대하는 ‘황홀한 변화’를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비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소비자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인내심 있게 여러 문을 두드려야 한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자신이 겪고 있던 문제로부터 해방감을 느낀 소비자가 필요하다. 그들을 보고 영감을 받은 사람이 따라서 구매하고, 너도나도 가지고 있으니 나도 산다는 이도 등장할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 해외에선 가격, 기능, 디자인 비교부터 제품별 리뷰, 문제점 및 향후 방향성 등을 여러 통로로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정부기관 보고서나 신문기사가 대부분이다. 너무 아카데믹하거나 사업가다운 시각이 대부분이란 점이 문제다.

왕용운 <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