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가율 5년來 최저…10명 중 4명 "투자손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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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한국 부자 보고서'
'부자 되기' 힘들어졌다
금융자산 비중 40% 밑으로
역시 부동산! 상가·빌딩 1위 투자
'부자 되기' 힘들어졌다
금융자산 비중 40% 밑으로
역시 부동산! 상가·빌딩 1위 투자
50대 사업가 A씨는 지난 상반기 투자금을 모두 정리해 예·적금에 몰아넣었다. ‘유망주’라는 말을 듣고 2년 전 매입했던 코스닥 주식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 가입한 중국 관련 펀드도 올초 미·중 무역분쟁으로 손실률이 4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연 1%대의 낮은 이자를 받더라도 위험을 안고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A씨는 “투자 경력이 긴 편인데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이렇게 불안한 적이 없었다”며 “그동안 모아온 자산이라도 지켜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부자 되기’가 힘들어졌다. 작년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의 증가율은 지난 5년 새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 10명 중 4명은 지난 3년간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패는 소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이어졌다. 부자들은 대부분 “당분간 금융·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부자들이 경기침체로 투자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는 돈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부자 증가율의 3분의 1 수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발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3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4%(1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증가율(14.4%)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 5년 새 가장 낮았다.
증시·부동산 시장의 동반 침체 영향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2016년 말 2026에서 2017년 말 2467로 급상승했다가 지난해 말 2041로 17% 급락했다. 부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답자의 40.3%가 2016~2018년 투자 손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손실을 가장 크게 본 투자 상품은 주식과 펀드로, 평균 손실률이 각각 28.1%와 27.8%에 달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39.9%로 내려앉았다.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5년 만이다. 부동산 시장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큰 시세 차익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부자들의 판단이다.
팍팍한 상황 탓에 부자들도 보수적으로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융자산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10.0%에 불과했다. 기존 수준 유지(85.5%)가 가장 많았고 4.5%는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부동산(거주 외) 비중도 유지(76.3%)가 확대(21.5%)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해에는 투자금을 늘리겠다는 답변 비중이 금융자산(26.5%)과 부동산(38.8%) 모두 올해보다 2~3배가량 높았다.
“그래도 믿을 건 부동산”
부자들이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자산은 부동산이었다. 응답자의 24.8%가 빌딩·상가를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이어 거주 외 주택(13.8%), 거주 주택(12.5%), 주식(12.0%), 토지·임야(9.5%)의 순이었다. 유망 상품 1~5위 중 4개가 부동산인 셈이다.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을 제외하고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과 연계된 펀드, 투자·저축성 보험이 뒤를 이었다.
KB금융 측은 “부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투자 기간도 길게 잡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의 자산별 평균 투자 기간은 금융자산 3년, 부동산 6년이었다.
절반 이상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다만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나 리츠를 통한 간접 투자를 선호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57.1%·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싱가포르(32.1%), 중국(30.7%), 말레이시아(26.4%) 순이었다.
KB금융 관계자는 “불안한 국내외 경기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부자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물가 하락 등 디플레이션 우려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자산을 불려나가기 어려운 시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은 2011년부터 매년 부자 400여 명을 심층 조사해 9년째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부자 되기’가 힘들어졌다. 작년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의 증가율은 지난 5년 새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 10명 중 4명은 지난 3년간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패는 소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이어졌다. 부자들은 대부분 “당분간 금융·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부자들이 경기침체로 투자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는 돈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부자 증가율의 3분의 1 수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발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3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4%(1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증가율(14.4%)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 5년 새 가장 낮았다.
증시·부동산 시장의 동반 침체 영향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2016년 말 2026에서 2017년 말 2467로 급상승했다가 지난해 말 2041로 17% 급락했다. 부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답자의 40.3%가 2016~2018년 투자 손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손실을 가장 크게 본 투자 상품은 주식과 펀드로, 평균 손실률이 각각 28.1%와 27.8%에 달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39.9%로 내려앉았다.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5년 만이다. 부동산 시장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큰 시세 차익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부자들의 판단이다.
팍팍한 상황 탓에 부자들도 보수적으로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융자산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10.0%에 불과했다. 기존 수준 유지(85.5%)가 가장 많았고 4.5%는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부동산(거주 외) 비중도 유지(76.3%)가 확대(21.5%)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해에는 투자금을 늘리겠다는 답변 비중이 금융자산(26.5%)과 부동산(38.8%) 모두 올해보다 2~3배가량 높았다.
“그래도 믿을 건 부동산”
부자들이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자산은 부동산이었다. 응답자의 24.8%가 빌딩·상가를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이어 거주 외 주택(13.8%), 거주 주택(12.5%), 주식(12.0%), 토지·임야(9.5%)의 순이었다. 유망 상품 1~5위 중 4개가 부동산인 셈이다.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을 제외하고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과 연계된 펀드, 투자·저축성 보험이 뒤를 이었다.
KB금융 측은 “부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투자 기간도 길게 잡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의 자산별 평균 투자 기간은 금융자산 3년, 부동산 6년이었다.
절반 이상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다만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나 리츠를 통한 간접 투자를 선호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57.1%·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싱가포르(32.1%), 중국(30.7%), 말레이시아(26.4%) 순이었다.
KB금융 관계자는 “불안한 국내외 경기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부자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물가 하락 등 디플레이션 우려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자산을 불려나가기 어려운 시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은 2011년부터 매년 부자 400여 명을 심층 조사해 9년째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