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낸 직후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의 정치적 함의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공식적으론 촛불집회에 대한 반응을 삼가고 있으나 내부에선 사실상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가 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개혁을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기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전날의 대규모 촛불집회와 관련해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그처럼 대규모로 모인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전날 운집한 촛불집회 규모에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이날 오후 열린 참모진 정례회의에서 전날 집회의 의미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촛불 민심은 조국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것보다는 검찰개혁,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사수 성격이 강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개혁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27일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검찰이 개혁의 주체임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한 만큼 당분간은 검찰의 자체 노력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개혁이 검찰 내부 동력으로 안 된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인사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국 사태’가 진영·세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부담이다. 자칫 조 장관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 양상이 자체 해결 수준을 넘어서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카드’를 관철하기 위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결과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 장관 논란이 50일 넘도록 이어지면서 시급한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가 무한정 지연되는 현실도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조 장관 부인이 구속되거나 조 장관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문 대통령에 대한 인사실패 책임론은 물론 검찰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