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자담배 퇴출 운동의 핵심 타깃은 ‘쥴(JUUL)’이다. 쥴이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 정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출운동 핵심 타깃 된 '쥴'…SNS 홍보로 미성년자 '니코틴 중독' 부추겨
쥴을 생산하는 회사는 2015년 설립된 쥴랩스다. 애덤 보웬(43)과 제임스 몬시스(39)가 차렸다. 두 사람은 미 스탠퍼드대 석사과정을 밟는 중 수업 과제로 쥴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모리스에서 분리된 알트리아가 2018년 12월 지분 3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쥴랩스가 미국 사회에서 질타를 받는 것은 미성년자 대상 홍보 활동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있는 인플루언서들을 홍보(사진)에 활용했다. 미국 의회와 관계당국은 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미국 청소년의 흡연율이 치솟았다고 보고 있다. 쥴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미 하원은 지난 7월 쥴랩스 내부 문건을 조사한 결과 이 회사가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였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식품의약국(FDA), 연방검찰 등 관계당국은 쥴랩스의 과거 행태를 집중 조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미성년자 대상 홍보를 이유로 쥴랩스를 고소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최근 전자담배 흡연자 사이에서 폐 질환이 기승을 부리며 쥴랩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폐 질환 환자 중엔 미성년자도 여럿 있다. 쥴랩스의 주력 상품인 가향 전자담배의 첨가물이 폐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주정부들이 잇따라 쥴 판매를 금지하면서 쥴의 판매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로 인해 쥴랩스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380억달러(약 45조원)에서 250억달러(약 30조원)로 쪼그라들었다는 분석(모건스탠리)도 나왔다.

기존 담배업계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전자담배에서 발을 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미국 알트리아의 합병 논의가 결렬된 것과 관련해 알트리아가 보유한 쥴랩스 지분이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필립모리스가 쥴랩스의 장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쥴랩스가 어려운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쥴랩스는 당초 아시아 국가로 시장을 넓히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인도가 연달아 전자담배를 금지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마저도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