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월 1일 소비세 10%로 인상…침체 와중에 '이중가격'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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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편의점·식당서 먹으면 10%
가정 조리용 사면 8% 부과
중소유통점 5%·백화점 10%
김동욱 도쿄 특파원
편의점·식당서 먹으면 10%
가정 조리용 사면 8% 부과
중소유통점 5%·백화점 10%
김동욱 도쿄 특파원
지난 28일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산초메에 있는 마루이백화점은 20~30대 젊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10월 1일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기 전 마지막 휴일이어서다. 이 백화점은 한 달 전부터 소비세율 인상에 대비하라며 판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근 대형 가전양판점 요도바시카메라에선 “대형 가전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냉장고, TV 등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도바시카메라는 이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가전 판매량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세 배, 에어컨은 두 배, 드럼세탁기와 대형 냉장고는 8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빅카메라는 통상 10월 이후부터 전시에 나서던 난방기구까지 9월부터 부랴부랴 매대에 올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한다. 일본 언론은 ‘귀신이 나오는 문(鬼門: 꺼리고 피해야 할 것)’으로 불리던 ‘금단의 문’이 또다시 활짝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1989년 소비세 제도 도입 이후 세율을 인상했을 때마다 정권을 상실하거나 정부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다케시타 노보루(1989년), 하시모토 류타로(1997년) 정권이 소비세율 도입이나 인상 후 정권을 잃었다. 아베 정권도 집권 이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해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높였다가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2013년 2.0%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4년 0.4%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당초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기로 했던 인상 계획도 두 차례 연기 끝에 이번에야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과거 소비세율 인상 충격에 따른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 세율 인상은 복잡한 형태로 시행된다. 난수표보다 해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급격한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 식품이나 정기구독 신문은 현행 세율이 유지된다. 택시 요금도 동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료품은 어떻게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편의점 식당 등 점포 안에서 식사하는 ‘가이쇼쿠(外食)’엔 10% 세율이 적용되지만, 집에서 조리해 먹는 ‘우치쇼쿠(內食)’를 살 때는 8% 세율이 부과된다. 호텔에서 음료수를 마셔도 객실 내 음료(8%)와 호텔 식당 내 음료(10%)에 붙는 세율이 달라지는 식이다. 이른바 ‘이중가격’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에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소고기 덮밥체인 스키야 등은 매장 내 음식값을 인하해 소비세 합산 후 가격을 매장 식사용이나 같게 하는 전략을 시행키로 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 충격을 줄일 보완책을 덕지덕지 붙인 것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같은 비현금 결제 수단으로 물건을 사면 소비세 일부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제도’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중소점포(5% 환원)에서 사느냐, 대형 프랜차이즈(2% 환원)에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환원율이 다르다.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은 포인트 환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베 정부가 이처럼 복잡한 방식을 고안하면서까지 소비세율을 올리는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가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반회계 세입 규모가 60조4000억엔(약 670조4581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34조엔대에 달하는 사회보장비, 24조엔대의 국채 상환 및 이자지급 비용, 16조엔대의 지방교부세 교부금 등만으로도 세입을 웃돈다. 세율을 올려 세수를 늘리는 외에 다른 뚜렷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소비세율 인상이 내수 위축을 촉발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경기관측조사에서 8월 제조업업황실사지수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소비자 심리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도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kimdw@hankyung.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한다. 일본 언론은 ‘귀신이 나오는 문(鬼門: 꺼리고 피해야 할 것)’으로 불리던 ‘금단의 문’이 또다시 활짝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1989년 소비세 제도 도입 이후 세율을 인상했을 때마다 정권을 상실하거나 정부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다케시타 노보루(1989년), 하시모토 류타로(1997년) 정권이 소비세율 도입이나 인상 후 정권을 잃었다. 아베 정권도 집권 이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해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높였다가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2013년 2.0%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4년 0.4%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당초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기로 했던 인상 계획도 두 차례 연기 끝에 이번에야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과거 소비세율 인상 충격에 따른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 세율 인상은 복잡한 형태로 시행된다. 난수표보다 해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급격한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 식품이나 정기구독 신문은 현행 세율이 유지된다. 택시 요금도 동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료품은 어떻게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편의점 식당 등 점포 안에서 식사하는 ‘가이쇼쿠(外食)’엔 10% 세율이 적용되지만, 집에서 조리해 먹는 ‘우치쇼쿠(內食)’를 살 때는 8% 세율이 부과된다. 호텔에서 음료수를 마셔도 객실 내 음료(8%)와 호텔 식당 내 음료(10%)에 붙는 세율이 달라지는 식이다. 이른바 ‘이중가격’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에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소고기 덮밥체인 스키야 등은 매장 내 음식값을 인하해 소비세 합산 후 가격을 매장 식사용이나 같게 하는 전략을 시행키로 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 충격을 줄일 보완책을 덕지덕지 붙인 것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같은 비현금 결제 수단으로 물건을 사면 소비세 일부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제도’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중소점포(5% 환원)에서 사느냐, 대형 프랜차이즈(2% 환원)에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환원율이 다르다.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은 포인트 환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베 정부가 이처럼 복잡한 방식을 고안하면서까지 소비세율을 올리는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가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반회계 세입 규모가 60조4000억엔(약 670조4581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34조엔대에 달하는 사회보장비, 24조엔대의 국채 상환 및 이자지급 비용, 16조엔대의 지방교부세 교부금 등만으로도 세입을 웃돈다. 세율을 올려 세수를 늘리는 외에 다른 뚜렷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소비세율 인상이 내수 위축을 촉발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경기관측조사에서 8월 제조업업황실사지수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소비자 심리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도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