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정비인력 중 상당수를 태양광발전 등 비(非)원전 분야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바라카원전 1~4호기가 차례로 준공돼 내년부터 6년간 878명이 철수한다. 해외 신규 원전 수주가 전무한 데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건설도 중단돼 인력을 달리 활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사장시키는 꼴이다.

세계 신규원전 건설 시장은 향후 20년간 1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UAE 원전을 통해 건설 경험을 축적했고, 기술·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차세대 원자로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을 따낼 정도로 안정성을 인증받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전 수출을 원전 건설 위주에서 벗어나 정비·수명연장·해체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원전 건설을 제쳐두고 다른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력과 기술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학 연구인력은 급감하고 있다. 일감 절벽에 놓인 원전 부품업체들은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원전 생태계가 이처럼 급속히 무너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전 정비·수명연장 분야 계약을 따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가 건설한 바라카 원전에서조차 정비사업 수주가 반쪽에 그친 데서 냉엄한 국제 현실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정비·해체 분야도 원전 건설 및 운영을 통해 고도의 기술을 축적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내 원전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안전을 문제삼아 자국 원전을 외면하는 나라에 수십 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맡길 나라가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 원전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