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20년에 '엘리베이터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 높다는데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기와 1980~1990년대 거품경제시기에 각종 사회 인프라가 대규모로 만들어졌습니다. 한 때는 부강한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 인프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큰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지바현을 강타한 태풍 피해로 대규모 정전·단수 사태가 2주일 넘게 지속돼 일본 내에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경제시기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던 엘리베이터들이 2020년부터 일제히 교체시기를 맞이하게 돼 ‘엘리베이터 교체’ 문제도 적잖은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요 빌딩과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에 설치된 낡은 엘리베이터들의 교체 시기가 겹치는 ‘2020년 문제’가 건물 유지·보수 분야 및 엘리베이터 관련 업계에 닥쳤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대규모 건축붐이 일었던 1990년대 설치한 엘리베이터의 교환시기가 일제히 돌아온 것입니다. 때마침 일본 내 주요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2020년 이후에는 1970~1980년대부터 제조해왔던 구형 엘리베이터 부품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건물 유지·보수 관계자들에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히타치제작소와 후지테크는 2020년, 미쓰비시전기는 2023년, 도시바는 2024년에 구형 부품 공급을 중단키로 했습니다.

미쓰비시전기,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등 일본 엘리베이터 제조사들이 1990년대에 설치한 연간 신설 엘리베이터 대수는 요즘 보다 40%가량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당시 설치된 엘리베이터들이 설치 후 권장사용기간인 20~25년을 넘으면서 갱신 시기에 일제히 접어들었습니다. 낡은 엘리베이터를 모두 새로운 기종으로 교체할 경우, 갱신 비용만 수조엔(약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통째로 교체하는 것은 비용 문제 뿐 아니라 건물구조 등의 문제로 손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 시설의 경우엔 엘리베이터 교체를 위해 한동안 엘리베이터 사용을 멈춰야 하는데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사업 측면에서 손해도 적지 않기에 손쉽게 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대비 30%가량 줄어든 연간 신설 엘리베이터 대수/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1990년대 대비 30%가량 줄어든 연간 신설 엘리베이터 대수/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일단 주요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대목’을 맞았다고 보고 관련 준비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히타치는 2021년도에 교체용으로 수주할 엘리베이터 대수가 2018년 대비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쓰비시전기빌딩테크노서비스는 현재 700명 수준인 엘리베이터 공사 기술자를 10%가량 늘릴 방침입니다.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교체 주 대상인 1980~1990년대 생산모델의 특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엘리베이터 교체 및 리모델링 수요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재팬엘리베이터서비스는 엘리베이터 전체를 교체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빌딩이 적잖을 것으로 보고 제어판 교환 등 보완서비스 시장 개척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거품경제시기 대규모 건설붐이 생겼을 때는 일본 엘리베이터 업계의 황금기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량 발주된 엘리베이터들이 동시에 수명이 다해가면서 사회문제화할지는 당시에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거품경제의 유산은 3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일본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이와 함께 거품경제 유산으로 뜻하지 않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축적된 시간의 영향력은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