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애초 폭력 성향…영상 보며 폭력 역치 낮아져"
5살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계부가 과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살인 사건을 다룬 영상물을 대거 올렸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평소 잔혹한 사건에 흥미가 있던 피의자가 반복적으로 살인 관련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폭력에 둔감해져 의붓아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살인 혐의로 지난 29일 경찰에 구속된 A(26)씨는 2012년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이후 지난해 몇 달 간 한 유튜버의 영상을 지속해서 올렸다.

미스터리 스토리 텔러로 불리는 이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각종 사건·사고와 음모론 등을 다루며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A씨는 2018년 10월부터 이 유튜버의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A씨가 SNS에 공유한 유튜버 영상 제목은 '캐리어 가방에서 발견된 한인여성 토막 시신', '일본 꽃뱀 살인마', '일본 3대 미제사건 콜라 독극물' 등 해외 살인 사건이었다.

그는 또 '20년간 미제 이태원 살인사건', '조두순 사건 전말',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 '보성어부 살인' 등 국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관련 영상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살인 사건이나 미스터리 관련 영상물을 반복해서 보면서 폭력 등 범죄에 무뎌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A씨가 애초에 (다른 이들보다 더 큰) 폭력적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현재 상황과 추구하는 이상이 어긋나 스트레스가 생길 때면 그런 영상물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이어 "살인 관련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 폭력의 역치는 더 낮아진다"며 "일생 생활 중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든지 하는 사소한 자극에도 크게 폭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5일 오후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25시간가량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첫째 의붓아들 B(5)군의 얼굴과 팔다리 등 온몸을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군의 손과 발을 케이블 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1m 길이의 목검으로 마구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년 전인 2017년에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인 이번에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그는 B군뿐 아니라 둘째 의붓아들 C(4)군까지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받으며 2년 6개월간 보육원에서 지내던 두 의붓아들을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고, 이후 한 달 만에 B군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