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진 '가을 태풍'…한국 올해 처음으로 9월 3차례 태풍

링링·타파 이어 미탁까지…기상청 "기후변화 말고는 설명 안 돼"

제18호 태풍 '미탁'이 개천절인 10월 3일 한국을 관통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을 태풍'이 유난히 많아져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태풍은 총 18개로, 이 가운데 6개가 우리나라를 직·간접으로 할퀴었다.

'미탁'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이 경우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7개로 기상청이 태풍을 본격적으로 관측한 1951년 이래 1959년과 '공동 1위'에 오른다.

기상청은 태풍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때문에 '미탁'은 10월이 아닌 9월 태풍으로 분류된다.

올해 태풍이 유독 한반도로 많이 올라온 데는 제13호 '링링', 제17호 '타파', 제18호 '미탁' 등 9월 태풍 영향이 크다.

1951년 이래 우리나라가 9월 태풍의 영향을 3차례나 받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9월에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이 3개나 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최근 3∼4년간 가을 태풍이 잦아지는 현상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1951∼2010년 60년간 우리나라는 1954년, 1956년, 1959년, 1961년, 1991년, 1999년 등 6개 연도에 9월 태풍의 영향을 2번 받았다.

2011년부터는 2016년, 2018년 등 2개 연도에 각각 2번, 올해는 3번 9월 태풍의 영향을 받게 될 예정이다.

모두 최근 4년 사이의 일이다.

이처럼 9월 태풍이 많아진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데, 크게는 지구 온난화와 연관성이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우리나라 여름철 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계절적으로 더위가 물러나는 9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옮겨가 태풍은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정 과장은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굉장히 발달해서 서쪽으로 확장해 있다"며 "이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해 있어서 태풍이 그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국 낮 기온이 24∼29도로 평년(1981∼2010년 평균) 22∼25도보다 높은 것도 이처럼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관련 있다.

이 같은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인해 '미탁'은 10월에 서해를 통해 올라오는 관측 이래 첫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가을 태풍이 오더라도 최근 '타파'처럼 남해를 거쳐 상륙하거나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빠졌다.

정 과장은 "한국으로 오는 '가을 태풍' 수가 많아지고 경로도 예전과 달라진 점은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라며 "앞으로 현재보다 9∼10월에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도 "보통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수온이 많이 떨어져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기 쉽지 않은데, 올해는 다르다"며 "태풍이 강도를 유지한 채 북상하는 것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