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연구개발(R&D) 체계를 민간 대형 과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권마다 바뀌는 공공 R&D, 민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국내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700명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7대 산업기술 혁신과제’를 내놨다고 30일 발표했다. 협회가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6만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도출한 결과다.

CTO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는 산업기술 정책’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 등 정치적 필요성과 외부 유행에 따라 산업기술 방향을 수시로 바꾸고 단기 성과만을 강조하다 보니 매몰비용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력 산업기술 정책이었던 ‘녹색성장’은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로 바뀌며 대부분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는 해방 후 60여 년간 축적한 원자력 기술을 폐기하는 탈(脫)원전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다가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소재·부품·장비’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나눠먹기 소액 과제’에 매몰돼 있는 공공 R&D 체계를 민간 대형 과제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7년 공공연구과제 6만1280개 중 1억원 미만 과제가 60%에 달한다. 전전자교환기(TDX), 2세대 이동통신(CDMA)처럼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융합기술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공공 연구소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천기술 개발, 중소기업 지원, 개인수탁과제(PBS) 등이 여러 목적의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되면서 연구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사에 참여한 CTO들은 산업기술과 연관이 깊은 공공 연구기관의 PBS를 ‘민간 협업 및 사업화 실적’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