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뛰는 중국, 낮잠 자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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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 AI, 원격의료 등
중국은 공무원도 같이 뛰는데
韓 정책당국은 혁신에 오불관언
철벽 규제도 치우려 하지 않아
더 이상 기업 발목 잡지 말고
경제 혁신에 올인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중국은 공무원도 같이 뛰는데
韓 정책당국은 혁신에 오불관언
철벽 규제도 치우려 하지 않아
더 이상 기업 발목 잡지 말고
경제 혁신에 올인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돼지를 사육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돼지를 콕 집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비용과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개별 돼지의 체중, 병력, 성장 속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맞춤 사육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의 얘기가 아니다. 덩치만 컸지 기술력은 약하다고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모습이다.
3년 만에 열린 제12차 한·중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최근 중국 산둥성 지난시를 방문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중국은 빠르게 앞서가고 있었다. 안면인식과 인공지능(AI)은 이미 중국에선 범용 기술이다. 호텔 체크인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무인 상점이 24시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3년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해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고 초진환자가 아닌 재진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의사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받는다. 2016년 원격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2억 명에 이르고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디지털 의료 분야에서 사업하고 있다.
범죄 검거에도 활용한다.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수만 명이 모인 유명 팝가수의 콘서트에서 80여 명의 수배자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모친 살해 용의자를 식별해 체포하기도 했다.
더 부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공무원도 같이 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만났던 공무원들은 혁신적인 기업가 같은 모습이었다. 자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 홍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는 모두 없애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안면인식은 고사하고 승차공유 서비스 하나 제대로 도입하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뛰어가는 중국을 보면서도 한국은 참으로 느긋하다.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개발해 한 발 나아가려 하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책당국은 중심을 잡기는커녕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며 오히려 뒤로 물러난다.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사람들끼리 잘 해결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결과가 안 나오거나, 나와도 이상하게 나오기 일쑤다. 우리가 미래 먹거리라는 공유경제, 의료서비스, 빅데이터, 핀테크(금융기술), 바이오 등 그 어느 분야에서도 앞서가지 못하는 이유다.
위기의식도 없다. 현장의 기업인들이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다른 쪽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인 양 듣는다. 한국에 들어오는 투자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가 세 배나 많고, 기업 규제는 세계 100위 수준에, 조세 부담은 높으며, 어쩌다 파업 한 번 안 한 것이 뉴스가 되는 나라인데도 기업 보고 투자하라고 하면 투자가 자동으로 되는 줄 안다.
사실 한국처럼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는 문구로 친숙한 중국 타이산에도 케이블카가 세 개나 있고 1500m 넘는 고지에 호텔까지 있지만, 한국은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는 것도 첩첩산중이다. 미국 아마존은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무인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개인정보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건만 치우려고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기업인들이 “규제를 더 안 만들기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라고 하겠는가. 지금 당장 일어나 하늘을 날아도 부족한 판에 한국은 아직도 낮잠에 취해있는 듯하다.
빨리 깨어나야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우리가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휴대폰과 반도체 빼고 무엇이 있는지, 10년 뒤 한국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이 무엇일지, 그리고 커지는 중국에 우리 경제가 무사할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당장 경제 혁신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며 혁신 기업가를 서민 밥그릇이나 뺏는 파렴치한으로 몰거나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반대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느냐 죽느냐 바로 그것이 문제니까.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의 얘기가 아니다. 덩치만 컸지 기술력은 약하다고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모습이다.
3년 만에 열린 제12차 한·중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최근 중국 산둥성 지난시를 방문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중국은 빠르게 앞서가고 있었다. 안면인식과 인공지능(AI)은 이미 중국에선 범용 기술이다. 호텔 체크인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무인 상점이 24시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3년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해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고 초진환자가 아닌 재진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의사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받는다. 2016년 원격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2억 명에 이르고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디지털 의료 분야에서 사업하고 있다.
범죄 검거에도 활용한다.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수만 명이 모인 유명 팝가수의 콘서트에서 80여 명의 수배자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모친 살해 용의자를 식별해 체포하기도 했다.
더 부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공무원도 같이 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만났던 공무원들은 혁신적인 기업가 같은 모습이었다. 자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 홍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는 모두 없애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안면인식은 고사하고 승차공유 서비스 하나 제대로 도입하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뛰어가는 중국을 보면서도 한국은 참으로 느긋하다.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개발해 한 발 나아가려 하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책당국은 중심을 잡기는커녕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며 오히려 뒤로 물러난다.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사람들끼리 잘 해결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결과가 안 나오거나, 나와도 이상하게 나오기 일쑤다. 우리가 미래 먹거리라는 공유경제, 의료서비스, 빅데이터, 핀테크(금융기술), 바이오 등 그 어느 분야에서도 앞서가지 못하는 이유다.
위기의식도 없다. 현장의 기업인들이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다른 쪽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인 양 듣는다. 한국에 들어오는 투자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가 세 배나 많고, 기업 규제는 세계 100위 수준에, 조세 부담은 높으며, 어쩌다 파업 한 번 안 한 것이 뉴스가 되는 나라인데도 기업 보고 투자하라고 하면 투자가 자동으로 되는 줄 안다.
사실 한국처럼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는 문구로 친숙한 중국 타이산에도 케이블카가 세 개나 있고 1500m 넘는 고지에 호텔까지 있지만, 한국은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는 것도 첩첩산중이다. 미국 아마존은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무인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개인정보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건만 치우려고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기업인들이 “규제를 더 안 만들기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라고 하겠는가. 지금 당장 일어나 하늘을 날아도 부족한 판에 한국은 아직도 낮잠에 취해있는 듯하다.
빨리 깨어나야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우리가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휴대폰과 반도체 빼고 무엇이 있는지, 10년 뒤 한국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이 무엇일지, 그리고 커지는 중국에 우리 경제가 무사할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당장 경제 혁신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며 혁신 기업가를 서민 밥그릇이나 뺏는 파렴치한으로 몰거나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반대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느냐 죽느냐 바로 그것이 문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