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준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정부가 내놓은 지 3년이 흘렀다. 여전히 초대형 IB 다섯 곳 중 두 곳은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증권업 정책기조마저 ‘대형화’에서 ‘경쟁 촉진’으로 선회하면서 초대형 IB 육성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세 곳이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8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넘긴 초대형 IB에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권을 부여했다.

이후 각 증권사는 앞다퉈 증자와 합병 등으로 자기자본을 크게 늘리며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그러나 2017년 7월 동시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5개사의 명암은 이후 엇갈렸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심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심사 중단을 통보받았다. 금융위는 같은 해 11월 5개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하면서도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투증권 한 곳에만 내줬다.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인가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된 12월부터 전면 중단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