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울대 수의대 학술행사서 지적…"2023년까지 백신 개발 목표"
"야생멧돼지가 ASF 옮기면 통제 불가…정부 선제조치 필요"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야생 멧돼지가 옮길 경우 국내에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양돈수의사회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대책센터장을 맡은 김현일 옵티팜 대표이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처 방안'을 주제로 30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야생 멧돼지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생태학적으로 야생 멧돼지는 자기 생활영역이 있지만, ASF에 걸린 멧돼지가 경계 영역에서 다른 멧돼지와 접촉하면 점 단위로 병이 확산한다"며 "멧돼지의 오염된 분뇨나 사체를 매개로 상업용 돼지에게도 ASF가 퍼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SF로 죽은 돼지의 사체는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소각해야 하지만 넓은 지역에서 야생 멧돼지 사체를 찾기는 어렵고, ASF 감염에도 살아남은 멧돼지는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며 "야생 멧돼지가 ASF를 옮길 경우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2008년 인접 국가 조지아에서 건너온 멧돼지에 의해 처음 ASF가 확산했고, 이후 2016년까지 약 23만3천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있는 야생 멧돼지 개체 수는 약 33만마리다.

김 대표는 "정부는 북한에서 멧돼지가 건너와 ASF가 확산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지만, 멧돼지에 의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멧돼지를 통제하는 방역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ASF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백신 연구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주용 중앙백신연구소 부사장은 "ASF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복잡하고, 감염과 면역에 관한 지식도 부족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백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효능과 안전성, 생산성 측면에서 완벽한 백신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백신연구소는 서울대와 경북대, 베트남 소재 대학과 함께 ASF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2023년까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