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격' 강조…북한 향한 불신 노골적 드러내며 핵확산 우려
"김정은, 정권 완전히 장악"…트럼프 직접 비난·백악관 일화 언급은 자제
볼턴, 퇴임 후 첫 공개강연서 北·트럼프 대북정책에 날선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퇴임 후 처음으로 나선 공개강연 무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강연과 대담 등 발언 내내 '개인 자격'임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해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백악관을 떠난 지 20일 만인 이날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과 문답을 통해 대북·안보정책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본격적인 발언에 앞서 "오늘 여기에 와서 기쁘다"며 "또한 내가 오늘 여기에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을 북한 지도부도 기뻐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며 '민간인 신분'을 강조,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면서도 "이제 내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제기하는 중대하고 커지는 위협에 대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그들은 조금 덜 기뻐할 것"이라며 '공격적 발언'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 해제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핵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협상을 추진 중인 미 정부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핵 능력 자체도 위험할 뿐 아니라 북한이 핵기술을 '수출'해 핵 능력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데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그간 공개 토론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이슈들도 있다면서 북한의 무기 기술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 또는 실제 무기와 미사일을 다른 국가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그것은 핵 능력을 보유한 북한의 위험"이라고 지적하면서 "나는 또한 전 세계에서 핵확산을 막을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뿐이라고 믿는다"며 미국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 임무에 실패한다면 어떤 다른 국가 또는 국가들의 조합과 국제기구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며 "만약 우리가 실패하면 핵확산은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은 (다른 국가에) 인도할 수 있는 핵무기의 새로운 A.Q.칸, 월마트 또는 아마존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핵 확산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1990년대 북한과 핵·미사일 기술 협력에 참여했고 2004년 북한과 리비아, 이란 등에 핵기술을 전수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의 발언은 칸 박사나 각종 상품을 유통하는 대형 온·오프라인 매장을 빗대 북한의 핵확산 우려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은 영국 처칠 수상이 1935년 유럽의 강자인 독일을 견제하며 의회에서 했던 연설을 인용, '상황을 관리할 수 있었을 때는 무시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니까 방책을 적용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런 처칠의 비관론이 북한의 사례에서 드러나지 않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도 "30년 동안 이 문제를 지켜봐 온 내 개인적 관점에서 말할 수 있다"며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그들은 강력하고 철저한 사찰 시스템에 동의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것이) 정권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나는 가짜 사찰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신뢰도를 고려할 때 우리는 어떤 합의도 실제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을 향해 "모든 국제 협정을 위반하는 정부"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볼턴, 퇴임 후 첫 공개강연서 北·트럼프 대북정책에 날선 비판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나는 그가 나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믿는다.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군부와의 관계 등과 관해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정권을 장악해 통제하며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비아 모델'(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을 통한 핵 폐기 설명 과정에서 북한 적용 가능성과 관련,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위 말하는 브로맨스 외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친밀감 등을 바탕으로 한 '톱다운 외교'가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 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북한은 점점 더 위험한 국가가 되고 있다"며 "오늘이 내일보다 낫다.

내일은 그다음 날보다 낫다"면서 보다 신속한 조치를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의 연설과 관련, 3주 전 트럼프와 신랄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갈라선 후 처음으로 대규모 군중 앞에서 발언했다며 "트럼프와 북한에 대해 큰 경고 신호를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WP는 그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거절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정책 중 하나인 김 위원장과의 핵협상 추진에 대해 질타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