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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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료용으로 쓰이고 있는 3가지 약을 혼합한 폴리 필(polypill)이 초파리 수명을 50%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화를 늦추는 단서가 있다는 해석이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과 독일 막스 플랑크 노화 생물학연구소의 공동 연구진은 이 폴리 필은 초파리(drosophila)의 수명을 50% 가까이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이 폴리 필은 조울증 등에 쓰이는 기분 안정제 리튬(lithium), 항암제 트라메티닙(trametinib),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rapamycin) 등 3가지 약을 섞은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3가지 약은 하나하나가 모두 초파리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으며 3가지를 섞었을 땐 수명 연장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킹스 칼리지 런던 건강 노화 연구소(Institute of Healthy Aging)의 린다 패트리지 교수는 설명했다.

이 3가지 약 중 어느 하나를 썼을 땐 초파리의 수명이 평균 11%, 2가지를 투여했을 땐 약 30%, 3가지를 한꺼번에 투여했을 땐 48% 연장됐다. 이 3가지 약은 세포 신호전달 경로는 각자 다르지만 합쳤을 땐 영양소 감지 네트워크(nutrient sensing network)를 형성한다. 영양소 감지 네트워크는 곤충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모든 과정에서 보존돼온 시스템이다.

이 네트워크는 영양소의 섭취량 변화에 따른 신체의 반응을 조절,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믿어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약들은 영양소 감지 네트워크 안에서 각자의 신호전달 경로에 따라 작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서로를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즉 라파마이신은 지방대사 과정에서 인간의 인슐린 저항과 비슷한 바람직 하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리튬과 함께 있으면 리튬이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해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3가지 약을 섞었을 때 어떠한 작용이 나타나는지를 정확히 규명해 쥐와 같은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이어 갈 계획이다. 초파리는 인간과 상당 부분 비슷한 유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의학 연구에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