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후폭풍에 과거 정권들 몰락…22조원 규모 경기대책 마련
대기업 제조업종 경기판단 6년3개월만에 최저 수준…증세 충격 우려
5년 6개월 만에 소비세를 올린 일본 정부는 증세가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대규모 부양정책을 추진한다.

공교롭게도 일본 은행이 증세 첫날 발표한 경기 지표는 매우 좋지 않았으며 증세의 충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일본 정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리는 행위에 과세하는 간접세인 소비세(부가가치세와 유사) 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했다.

2014년 4월 1일 5%에서 8%로 올린 후 5년 6개월 만에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소비세는 1989년 4월 1일 3%로 시작됐으며 1997년 4월 1일 5%로 오른 후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세율이 인상됐다.

가계 부담과 소비 활동 위축 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이번 소비세율 인상과 더불어 생활필수품 등에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경감세율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외식이나 주류를 제외한 음식료품, 정기 구독 신문 등에 8%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신용카드나 전자적 지급 수단 등 이른바 무현금 결제를 하는 경우 지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도 함께 시작했다.

완충 장치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1일 발표한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 결과를 보면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최근 경기 판단을 보여주는 지난달 업황판단지수(DI)는 앞서 조사한 6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5를 기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3분기 연속 악화했으며 2013년 6월 이후 최근 6년 3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세는 과거에 정권 몰락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내각은 '리쿠르트 비리'의 충격이 겹친 가운데 소비세 도입 2개월 만에 붕괴했고 1997년 소비세를 5%로 올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는 다음 해 참의원 선거에서 크게 패해 물러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단행된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안(5→8%, 8→10%)을 법제화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정권을 자민당에 넘기고 말았다.

이른바 '증세 징크스'에 대한 경계감 속에 아베 정권은 경기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1일 기자들에게 "소비세 인상에 의한 영향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주시하고 만전의 대응을 취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세 인상과 더불어 유아 교육·보육 무상화와 연금 수령액이 적은 노인에게 연간 최대 6만엔(약 66만원)을 지원하는 제도 및 개호(介護, 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보험료 경감이 시행된다고 증세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번 증세가 사회보장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도 경기에 충격이 미칠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주재한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경기 악화의 징후가 보이면 즉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위험이 뚜렷해지면 주저 없이 기동적인 대책을 펼칠 것이라면서 소비세 인상 후 관련 통계를 꼼꼼하게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예산·세제를 활용해 약 2조엔(22조1천542억원)이 넘는 경기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NHK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