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셜…'선수와 팬이 행복한 대회' 추구
최경주, 위기의 한국프로골프 구할까…3일 '명품대회' 개막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최근 전에 없던 큰 위기에 몰렸다.

정상급 스타 선수 김비오(29)의 손가락 욕설 파문으로 그렇지 않아도 미지근하던 팬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9)가 위기에 빠진 코리안투어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최경주가 운영하는 최경주재단은 3일부터 나흘 동안 경남 김해 정산컨트리클럽(파72)에서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을 개최한다.

올해 8회째를 맞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최경주가 오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활동을 통해 습득한 대회 운영 노하우를 가져와 '명품 대회'를 지향해왔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 깊은 러프와 긴 전장으로 무장한 난도 높은 코스 세팅으로 경기력의 변별력을 끌어올린 건 기본이다.

최경주가 강조하는 이 대회 운영의 중점은 '갤러리와 선수가 다 같이 행복한 대회'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남다른 대접을 받는다.

선수 전원의 참가비를 최경주재단이 대신 내준다.

코리안투어 대회 참가비는 1인당 11만 원이다.

선수 한 명 한 명한테는 큰돈이 아니지만 1천만원이 넘는다.

정산 컨트리클럽은 여느 국내 골프장처럼 상설 연습장이 없지만 27홀 가운데 대회 때 사용하지 않는 9홀에 연습장을 임시로 조성하고 연습 볼을 무제한 칠 수 있게 해준다.

총상금과 별도로 3천500만원을 컷 탈락한 선수 일부에게 '출전 경비' 명목으로 나눠준다.

최경주는 "선수가 경기에 전념할 수 있어야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좋은 플레이가 바로 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신념을 이 대회에서 구현하려고 애쓴다.

선수뿐 아니라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한 배려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직접 관전하면 다른 대회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게 된다.

경기장 로프를 페어웨이와 그린에 바싹 붙여서 설치한다.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 숨소리까지 감상할 수 있다.

연습 라운드부터 팬들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대회와 다르다.

김비오 사태를 부른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벌어지기 어렵다.

'조용히' 팻말을 들고 갤러리를 통제하는 진행요원 역할을 갤러리가 직접 맡는다.

그만큼 갤러리의 관전 매너가 어떤 대회보다 수준이 높다.

올해 대회는 김비오 사태 직후 치르는 만큼 성숙한 관전 매너를 이끄는 노력을 더할 계획이다.

선수들에게 '겸손하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되풀이하는 최경주의 당부도 강도가 더 높아졌다.

최경주는 1, 2회 대회는 마스터스처럼 '휴대전화 없는 대회'로 운영할 만큼 성숙한 갤러리 문화 장착에 앞장섰다.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려는 최경주의 성적도 관심사다.

내년부터 시니어투어로 넘어가는 최경주는 "이 대회에 초점을 맞춰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

선수이자 호스트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후배들에게 호락호락 우승 트로피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최경주는 넉 달 전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28위를 차지해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인 바 있다.

주니어 시절이던 2014년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3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재경(20)은 시즌 2승을 노린다.

이재경은 이 대회 우승이면 사실상 신인왕을 굳힐 수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1위 김비오가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함정우(25), 문경준(37), 이형준(27), 서형석(22) 등 2∼5위 선수들의 경쟁이 뜨겁다.

함정우와 서요섭(22), 이형준이 벌이는 상금왕 경쟁도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작년 우승자 박성국(31)은 타이틀 방어를 벼르고 미국에서 뛰는 김민휘(27)는 1년 3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