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불가' 결과
취업 절박한 지원자 '우왕좌왕'
“AI면접 어떻게 연습하나요”
정보기술(IT)업체 마이다스아이티의 AI면접은 국내 기업 170여 곳에서 도입 중이다. 자기소개 등 기본질문과 인성검사, 주어진 상황에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답변하는 상황질문, 표정 맞히기·공 무게 비교하기 등 지원자들의 성향을 평가하는 역량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AI면접이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다수 기업들이 평가 결과를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역량게임과 비슷한 게임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등 연습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이나 AI면접 준비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어떤 앱이 실제 게임과 비슷한가요” “게임을 망쳤는데 점수가 중요할까요” 등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게임마다 ‘공략집’이 공유되기도 한다. 20대 구직자 A씨는 “면접용 게임을 연습하느라 필기시험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은 관련 책을 사거나 사설 컨설팅업체까지 찾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AI면접 팁’ 등 관련 콘텐츠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자기소개할 때 직무에 적합한 단어를 자주 언급해라” “긍정적인 표정이 중요하다” 등 추천 요령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서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지원자들이 얻는 각종 요령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이다스아이티 AI면접을 체험해본 본지 기자의 경우 웃는 표정을 지속했더니 오히려 ‘긍정 반응 왜곡’으로 지원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상담채널 운영
AI면접은 인·적성 검사의 일종인 만큼 게임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지원자 표정, 목소리 등을 면접 시간 내내 분석해 성향을 파악하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연습을 많이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집중력이 높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 문제의 난도가 올라갈 때 적응하는 속도 등을 분석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AI면접은 지원자들이 개인 컴퓨터를 통해 각자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다.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해도 되는지, 헤드셋 대신 이어폰을 사용해도 되는지 등 각종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종근당, KT&G 등 AI면접을 도입한 기업들은 ‘AI면접’ 또는 ‘온라인면접’ 채널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반복적으로 문의하는 사항들이 있어 24시간 상담 가능한 챗봇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취업준비생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계기로 공정성 제고 취지로 AI면접이 도입됐는데 응시하다 두 번 이상 인터넷이 끊기면 시험이 종료되는 등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며 “관련 정보가 적어 취업준비생들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