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장기불황에 '부채 디플레' 우려돼도…정부는 "일시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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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공포'에 수출한파 지속
두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
"최악 디플레 경각심 가져야"
두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
"최악 디플레 경각심 가져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정부는 즉시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이 급변하면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현상일 뿐이며 저물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디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의 현실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부 요인과 별개로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와 수요도 크게 위축됐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 불황’이 현실화될 것”(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외부 요인 때문”이라지만…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근거로 9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작년 동월 대비 급락한 점을 들었다. 기재부는 “작년 9월 배럴당 77달러였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남짓 끌어내렸다”고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9월부터 전국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 관련 비용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설명과 달리 학계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수요와 소비심리 위축이 물가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9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의 영향을 배제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6%에 그친 게 근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0.3%) 후 최저 수준이다. 전월비로 봐도 근원물가 상승률 낙폭(-0.3%)은 전체 물가 상승률 낙폭(-0.4%)과 비슷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를 보면 소비 위축 추세는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 국제 유가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공업품과 달리 외식 주택관리비 등 개인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 지난달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에 그쳤다.
다가오는 ‘D의 공포’
디플레이션은 곧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경제주체들은 최대한 소비를 미룬다. 가격이 더 떨어졌을 때 물건을 사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기업 수익과 투자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가계 살림은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며 경기 침체가 심화된다. 1990년대 말~2000년대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극심한 장기 불황에 시달렸던 일본이 그랬다.
이미 한국 경제에서도 이런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개인서비스를 항목별로 보면 지난달 해외단체여행비(5.4%→-4.2%), 전시관 입장료(3.1%→0.8%), 공연예술 관람료(1.7%→-0.7%) 등 문화생활 관련 대부분 분야의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급격히 둔화됐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를 많이 타는 문화생활 분야부터 디플레이션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며 “객석이 텅 비자 티켓 가격을 내렸지만 여전히 관객은 늘지 않고, 다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이 시작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풀이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내렸다. S&P는 “경기 전망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확신이 크게 줄면서 지출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수요와 소비심리가 둔화된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 디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주체들은 채무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그래서 빚을 갚으려고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고 이것이 물가 하락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1467조원에 달했다.
성수영/서민준/김익환 기자 syoung@hankyung.com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디플레이션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의 현실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부 요인과 별개로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와 수요도 크게 위축됐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 불황’이 현실화될 것”(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외부 요인 때문”이라지만…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근거로 9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작년 동월 대비 급락한 점을 들었다. 기재부는 “작년 9월 배럴당 77달러였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남짓 끌어내렸다”고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9월부터 전국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 관련 비용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설명과 달리 학계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수요와 소비심리 위축이 물가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9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의 영향을 배제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6%에 그친 게 근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0.3%) 후 최저 수준이다. 전월비로 봐도 근원물가 상승률 낙폭(-0.3%)은 전체 물가 상승률 낙폭(-0.4%)과 비슷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를 보면 소비 위축 추세는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 국제 유가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공업품과 달리 외식 주택관리비 등 개인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 지난달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에 그쳤다.
다가오는 ‘D의 공포’
디플레이션은 곧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경제주체들은 최대한 소비를 미룬다. 가격이 더 떨어졌을 때 물건을 사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기업 수익과 투자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가계 살림은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며 경기 침체가 심화된다. 1990년대 말~2000년대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극심한 장기 불황에 시달렸던 일본이 그랬다.
이미 한국 경제에서도 이런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개인서비스를 항목별로 보면 지난달 해외단체여행비(5.4%→-4.2%), 전시관 입장료(3.1%→0.8%), 공연예술 관람료(1.7%→-0.7%) 등 문화생활 관련 대부분 분야의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급격히 둔화됐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를 많이 타는 문화생활 분야부터 디플레이션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며 “객석이 텅 비자 티켓 가격을 내렸지만 여전히 관객은 늘지 않고, 다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이 시작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풀이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내렸다. S&P는 “경기 전망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확신이 크게 줄면서 지출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수요와 소비심리가 둔화된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 디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주체들은 채무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그래서 빚을 갚으려고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고 이것이 물가 하락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1467조원에 달했다.
성수영/서민준/김익환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