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1일 오후 3시45분

중국 2위 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이 사상 최대 규모의 아리랑본드 발행에 나선다. 아리랑본드는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원화채권이다. 2년 전 중국 기업 최초로 아리랑본드를 발행한 이 회사는 한국 영업에 힘을 싣기 위해 한국 내 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다음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원화채권 3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채권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하는 등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아리랑본드 발행이다. 기존 최대 금액 역시 동방항공이 2017년 발행한 1750억원어치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위안화, 달러화 등 외국 통화로 발행한 채권까지 모두 포함해 보더라도 하이난항공그룹(위안화·3350억원어치), 공상은행(위안화·3090억원어치)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 될 전망이다.

동방항공은 발행 물량 대부분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지급 보증을 받았던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채권 전량을 자체 신용도로 발행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가 유력하다.

1988년 설립된 동방항공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692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175개국 115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 수는 약 1억2199만 명. 지난해 매출 1152억위안(약 19조3409억원), 영업이익 93억위안(약 1조5613억원)을 올렸다.

동방항공이 또 한 번 한국에서 대규모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한국 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이 항공사는 한국과 중국 간 노선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한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동방항공이 이번 아리랑본드 발행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정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리랑본드는 1995년 국내 채권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이를 발행한 외국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금까지 두 차례 이상 아리랑본드를 발행한 곳은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금융그룹뿐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한 채권은 공모가 아니면 모두 회계상 기업 대출로 반영되다 보니 투자에 뛰어들 만한 국내 기관투자가가 많지 않아서다. 채권 투자가 대출로 잡히면 일정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동방항공의 아리랑본드 발행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의 회사채 부도 사태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한국을 찾는 중국 기업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CERCG의 채무불이행 직후 상장했던 윙입푸드 이후 한국 증시에 입성한 중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