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 "봉진 형제 후원으로 '고독사 방패막이' 자부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부 묻는 우유' 2000가구 배달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
우유배달로 고령자 안부 체크
2013년 김봉진 대표 20억 쾌척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
우유배달로 고령자 안부 체크
2013년 김봉진 대표 20억 쾌척
“아, 우유목사님이요!”
서울 옥수동에서 옥수중앙교회로 가는 길을 물으니 동네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옥수동 달동네에 자리잡은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62·왼쪽)의 별명이 ‘우유목사’ ‘울보목사’다. 성도 집에 예배 보러 가면 눈물만 쏟다 나오는 날이 허다했다.
호 목사는 2001년 담임목사를 맡은 이후 새벽기도를 나오던 어르신들이 며칠씩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다. 집에 찾아가 보면 고독사했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홀몸노인의 집 앞에 우유가 쌓였을 때 우유배달부가 빨리 신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호 목사는 2003년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100가구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 집 앞에 우유가 쌓이면 배달부가 교회나 동사무소, 구청 등에 신고하도록 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하 안부 우유)’은 서울 15개 구 2000여 가구로 확대됐다. 2015년에는 사단법인이 세워졌고, 현재 17개 기업과 350여 명이 후원한다. 이달부터 마포구, 중랑구, 동작구도 포함됐다.
1일 옥수중앙교회에서 만난 호 목사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뜨거워져 시작한 일이었을 뿐”이라며 “10년간 동네에서 쌓은 신뢰가 마치 ‘하늘이 준 영수증’처럼 남았는지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일대에서 시작된 ‘안부 우유’가 서울 전역으로 퍼진 데는 교회 신도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오른쪽)가 크게 기여했다. 호 목사는 김 대표를 ‘봉진 형제’라고 부르며 “고등학교 때는 늘 꼴찌를 했고, 집도 가난했는데 지금 가장 든든한 후원인이 됐다”며 웃었다.
또 “매번 사업에 실패해 개업 예배만 일곱 번을 봐줬는데 ‘배달의민족’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2013년 가장 먼저 찾아오더니 ‘목사님, 그 우유 배달 제가 돕고 싶습니다’ 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20억원을 기부했고, 정기후원으로 지금까지 매월 1000만원씩을 내고 있다.
2년 뒤에는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골드만삭스에서 호 목사를 찾아왔다. “투자한 회사가 기부금으로 ‘우유 배달 후원’에 매달 쓰는데 그게 진짜인지를 확인하러 왔더라고요. 이야기를 다 듣더니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의 이사 15명이 감동했다며 15만달러를 모아왔어요. 우유 배달에 써달라고.”
이듬해에는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이 나섰다. 어르신들을 위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후원하기로 했다. 기부금 등을 포함해 매일유업은 매년 1억4000만원을 후원한다. 이 밖에 건국우유, 러시, 펜타브리드, 강북삼성병원, 죠스푸드, 여기어때, 제이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혜민 스님, 강사 설민석 씨, 방송인 홍석천 씨 등 각계각층의 개인 후원인들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
호 목사는 “기독교적 경제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필요에 따른 분배’”라며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스스로 나누는 것이 결국 성경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호 목사는 서울 25개 구 3750가구 홀몸 어르신에게 안부 우유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나누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하며 성경 구절을 읽었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아오리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서울 옥수동에서 옥수중앙교회로 가는 길을 물으니 동네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옥수동 달동네에 자리잡은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62·왼쪽)의 별명이 ‘우유목사’ ‘울보목사’다. 성도 집에 예배 보러 가면 눈물만 쏟다 나오는 날이 허다했다.
호 목사는 2001년 담임목사를 맡은 이후 새벽기도를 나오던 어르신들이 며칠씩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다. 집에 찾아가 보면 고독사했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홀몸노인의 집 앞에 우유가 쌓였을 때 우유배달부가 빨리 신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호 목사는 2003년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100가구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 집 앞에 우유가 쌓이면 배달부가 교회나 동사무소, 구청 등에 신고하도록 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하 안부 우유)’은 서울 15개 구 2000여 가구로 확대됐다. 2015년에는 사단법인이 세워졌고, 현재 17개 기업과 350여 명이 후원한다. 이달부터 마포구, 중랑구, 동작구도 포함됐다.
1일 옥수중앙교회에서 만난 호 목사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가난을 마주할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뜨거워져 시작한 일이었을 뿐”이라며 “10년간 동네에서 쌓은 신뢰가 마치 ‘하늘이 준 영수증’처럼 남았는지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일대에서 시작된 ‘안부 우유’가 서울 전역으로 퍼진 데는 교회 신도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오른쪽)가 크게 기여했다. 호 목사는 김 대표를 ‘봉진 형제’라고 부르며 “고등학교 때는 늘 꼴찌를 했고, 집도 가난했는데 지금 가장 든든한 후원인이 됐다”며 웃었다.
또 “매번 사업에 실패해 개업 예배만 일곱 번을 봐줬는데 ‘배달의민족’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2013년 가장 먼저 찾아오더니 ‘목사님, 그 우유 배달 제가 돕고 싶습니다’ 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20억원을 기부했고, 정기후원으로 지금까지 매월 1000만원씩을 내고 있다.
2년 뒤에는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골드만삭스에서 호 목사를 찾아왔다. “투자한 회사가 기부금으로 ‘우유 배달 후원’에 매달 쓰는데 그게 진짜인지를 확인하러 왔더라고요. 이야기를 다 듣더니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의 이사 15명이 감동했다며 15만달러를 모아왔어요. 우유 배달에 써달라고.”
이듬해에는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이 나섰다. 어르신들을 위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후원하기로 했다. 기부금 등을 포함해 매일유업은 매년 1억4000만원을 후원한다. 이 밖에 건국우유, 러시, 펜타브리드, 강북삼성병원, 죠스푸드, 여기어때, 제이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혜민 스님, 강사 설민석 씨, 방송인 홍석천 씨 등 각계각층의 개인 후원인들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
호 목사는 “기독교적 경제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필요에 따른 분배’”라며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스스로 나누는 것이 결국 성경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호 목사는 서울 25개 구 3750가구 홀몸 어르신에게 안부 우유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나누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하며 성경 구절을 읽었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아오리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