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죄는 화성사건 전후 화성서 3건·청주서 2건 등 5건
4차 화성사건 증거물서도 DNA 검출…4·5·7·9 등 모두 4건
경찰, 부인으로 일관하다 급변한 자백 신빙성 검증작업 착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그는 지난주부터 입을 열기 시작해 이날까지 이같이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씨의 DNA는 화성사건의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미 검출된 데 이어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나온 것으로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의 화성사건 전부와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최근 경찰에 털어놨다.

화성사건 이외의 범행은 화성사건 전후 화성 일대에서 3건, 이 씨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화성 일대에서 자행된 3건 중에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연쇄적으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까지 9차례에 걸쳐 이 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이 씨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해왔다.
이 씨는 처음에는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으나, 지난주부터 서서히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입을 연 데에는 화성사건의 4, 5, 7, 9차 사건에서 자신의 DNA가 나온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 씨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사실은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 씨의 DNA가 검출된 뒤인 지난달 18일 알려졌다.

이 씨는 이후에도 한동안 혐의를 부인했지만 최근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자신의 DNA가 나오자 결국 입을 열었다.

특히 4차 사건 증거물에서는 피해자의 속옷과 외투 등 5곳 이상에서 이 씨의 DNA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러나 이 씨가 앞선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자백한 점 등에 미뤄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자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며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범수로 복역 중인 이 씨는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가석방 가능성이 사라지자 '소영웅심리'로 자신이 모든 화성사건을 저질렀다고 허세를 부렸을 수도 있는 만큼 검증작업을 통한 입증 노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씨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 때문에 자백 건수와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